이스라엘이 1970년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당시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을 유지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 백인정부에게 팔려고 했다는 공식문서가 공개됐다.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가 정부 공식 문건으로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3일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한 남아공 정부문건에 따르면, 1975년 3월 31일 남아공 PW 보타 국방장관은 현재 이스라엘 대통령인 시몬 페레스 당시 국방장관을 만나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이스라엘의 예리코 미사일을 구입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들은 그 해 6월 4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다시 만났으며 '샬레'프로젝트라는 암호명을 부여하고 논의를 구체화했다. 페레스 장관은 이 자리에서 "탑재 장비는 3가지 크기를 이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스라엘은 '핵무기'라는 말을 직접 입에 담기를 꺼렸는데, 가디언은 같은 날 작성된 남아공 측의 문건을 종합해 봤을 때 '3가지 크기의 탑재장비'는 재래식무기, 화학무기, 핵무기를 지칭한다고 보도했다.
이 거래는 결국 비용문제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남아공은 백인정부 당시 아프리카 주변국들과 적대관계였고, 이 때문에 핵무기를 원했다. 이스라엘은 이 문건이 기밀해제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이 물러난 이후 남아공 정부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이 문건은 미국 학자인 사샤 폴라코프 서랜스키가 입수해 이번 주 발간될 자신의 저서 '무언의 동맹'에 수록했다.
이번 주 미 뉴욕에서 중동문제에 초점을 맞춘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의가 열린 예정인데 문건공개로 이스라엘이 당혹스럽게 됐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중동국가들은 이스라엘이 미국 등 서방의 비호 아래 NPT에 가입하지 않고 핵보유국의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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