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24일 내놓은 대북 조치의 특징은 최소화 전략이다. 당장의 무력 충돌이 아니라 땅 바다 하늘 모두에서 북한을 옥죄어 가면서 여차하면 응징하겠다는 의도다. 당장은 비군사적 대응에 국한돼 있지만 언제든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어 북한에 상당한 압박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핵심은 북한의 무력 침범 시 즉각적 자위권의 발동이다. 이에 대해 장광일 국방부 정책실장은 “영토 영해 영공을 침범했을 때 바로 대응한다는 개념”이라며 “그렇다고 전쟁까지 불사하며 공격기지를 타격한다는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정전협정상 비례성과 필요성의 원칙을 지켜 확전은 막겠다는 얘기다.
자위권이 행사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지역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이다. 현재 군은 경고방송→경고사격→격파사격의 3단계 교전규칙에 따라 북한 함정의 침범에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북 경비정은 이달 들어서만 3차례 서해 NLL을 넘어 사실상 해상 경계선을 무력화해 왔다.
이와 관련,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21일 간담회에서 “교전규칙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수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장 실장은 “구체적 내용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며 “유사시 각급 지휘관의 권한을 폭넓게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3단계 교전규칙을 2단계로 줄이거나 하는 식으로 당장 바꾸지는 않더라도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북한에 즉각 응사하도록 운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제는 정부가 국제법상 당연하게 인정되는 자위권을 강조한 이유다. 이에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 가능성이 거론된다. 공격당했을 경우 반격이 어려운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먼저 공격해 무력화하는 방식이다. 김찬규 경희대 법학과 교수는 “자위권에는 당연히 선제타격이 포함된다”며 “이를 거론한 것은 북한의 핵 사용 위협까지 포함해 적극 대응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반면 정인섭 서울대 법학과 교수는 “유엔헌장에는 자위권 발동 요건이 ‘무력공격(armed attack)을 당했을 때’로 국한돼 있다”며 “하지만 자위권 강조만으로도 북 함정의 NLL 침범을 막는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군은 각종 연합훈련 능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우선 그간 불참했던 역내ㆍ외 해상차단훈련을 포함해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전면 참여키로 했다. 9월에는 오스트레일리아가 주관하는 역외해상훈련에 참가하고, 올 하반기에는 역내에서 해군이 해상훈련을 주관할 방침이다.
군은 이르면 6월 말 서해에서 한미연합대잠훈련도 실시키로 했다. 여기에는 미 7함대 전력을 참여시킬 계획이다. 북한의 수중 공격에 대한 방어 전술과 해상 사격 능력을 집중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한반도 주변 수역을 군사력의 우위로 완전히 봉쇄하겠다는 전략이다.
군 관계자는 “이 같은 해상훈련은 우방국과 함께 일종의 차단벨트를 만들어 북한의 군사력을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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