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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 이일하 굿네이버스 회장 "국내 기부문화 빠르게 확산…이 땅의 행복바이러스 지구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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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 이일하 굿네이버스 회장 "국내 기부문화 빠르게 확산…이 땅의 행복바이러스 지구촌으로"

입력
2010.05.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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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준으로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에 등록한 전세계 비정부기구(NGO)는 총 3,289개다. 유엔은 이들과의 효율적 공조를 위해 활동 지속성과 규모 등을 따져 세가지 단계로 분류한다. 가장 낮은 등급을 일컫는 등록단체(Roster)를 비롯해 특별협의지위(Special Consultative Status)와 포괄적협의지위(General Consultative Status)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굿네이버스는 전체 NGO 중 약 4%에 해당하는 141개 만이 등록된 포괄적협의지위 단체에 속해 있다. 우리나라 국제구호개발단체 중 유일하다.

20년 전 한국인들이 직접 만든 단체가 세계적인 NGO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이다. 2008년 5월 사이클론(인도양의 열대성저기압) 피해로 8만여 명이 숨진 미얀마 보갈레이로 13일 구호활동을 떠난 이일하 굿네이버스 회장을 동행취재, 세계를 무대로 한 굿네이버스의 활동과 국내의 기부ㆍ봉사문화에 대해 들어봤다.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의욕이 넘치는 그의 강단과 에너지는 해병으로 월남전에 참전, 사선을 넘었던 이력과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최근 국내도 기부와 자원봉사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과거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인가요.

"굿네이버스만 따져보더라도 지난해 10만2,000여명이 새로 후원회원(매월 1만원 기준)으로 가입했습니다. 2008년 7만5,000여명, 2007년 4만5,000여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10만명 이상의 규모는 분명 총 회원 수가 아닌 한해 신규회원 수입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유니세프와 같은 다른 국제구호개발단체에서도 최근 국내에서 이 정도의 신규 후원회원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현재 굿네이버스의 총 후원회원은 35만명 가량입니다. 총 회원 수와 최근 가입한 회원 수를 비교해 볼 때 최근 기부문화 확산에 대한 무서운 속도를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현재 후원회원의 후원금 분포는 해외 60%, 국내 30%, 북한 10% 가량입니다. 국내 80%, 해외와 북한을 합해 20% 였던 예전 분포와는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럼 국제사회에서도 국제원조활동에서 대한민국 위상이 높아졌나요.

"지난해 11월 25일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의 회원국에 가입했습니다. 원조 선진국 클럽에 가입함으로써 이제 공식적으로 '주는 나라'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1961년 OECD 설립 이후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전환하는 첫 번째 사례입니다. 국제사회에서도 우리의 지위를 확실히 인정한 것입니다."

-기부문화, 특히 국제구호개발 등과 관련된 기부가 국내에서 크게 확산된 이유가 따로 있다고 보는지.

"시민의식이 성장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이제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올라가는 만큼 대외원조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굿네이버스도 이런 점을 잘 이해하고 전국 200만 명 초중고교생에게 세계시민교육과 같은 것에 중점을 두고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세계시민교육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가난과 질병, 억압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지구촌 이웃을 이해하고, 인권의 고귀함을 알게 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국내에도 보면 유니세프와 월드비전 등 많은 국제단체들이 지부를 개설하고 있습니다.

"다른 국제단체들 본부는 해외에 있지만 굿네이버스는 국내에 국제본부가 있는 점이 다를 뿐 국제구호개발단체로서의 활동은 같습니다. 굿네이버스의 경우 방글라데시와 네팔 등 아시아 13개국, 이집트와 케냐 등 아프리카 7개국 등 총 22개국에 지부를 두고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반대로 한국과 미국, 일본지부는 모금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유니세프와 월드비전에서도 한국은 모금국에 속합니다."

-굿네이버스하면 '긴급구호'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국내단체들의 긴급구호활동에 대한 매뉴얼을 작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1994년 7월 8명으로 구성된 긴급구호팀이 굿네이버스 이름으로 르완다 내전에 파견됐습니다. 이것이 국내 긴급구호활동의 효시입니다. 이후 2005년 파키스탄 지진, 2007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올해 아이티지진과 칠레지진 등 총 20여 차례에 걸쳐 긴급구호 활동을 펼쳤습니다. 그러면서 현지인을 주축으로 구호조직을 꾸리고, 긴급구호 이후의 사후관리 등 긴급구호에 대한 매뉴얼이 자연스럽게 생겼습니다. 아이티 지진 긴급구호만 해도 국내 단체 중에서는 가장 빨리 지진발생 25시간 만에 긴급구호팀이 출동했는데, 이는 그 동안의 노하우에 따른 것입니다."

-그럼 굿네이버스에서 하는 국내활동은 없나요.

"굿네이버스의 활동은 크게 해외구호개발과 대북지원을 비롯해 긴급구호와 국내전문복지, 캠페인사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중 해외구호개발과 대북지원은 크게 보면 국외사업으로 볼 수 있고, 긴급구호는 국내외 모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국내전문복지사업과 캠페인사업이 국내사업에 해당이 될 것입니다. 국내전문복지사업은 아동 관련사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저소득결식아동과 학대, 무관심으로 소외된 아동들을 위한 아동권리보호사업과 전문복지사업이 주된 것입니다. 이미 여러 사업을 통해 당시로서는 크게 사회이슈가 되지 않던 아동학대문제를 공론화시켜 1999년 아동학대 관련 내용이 포함된 아동복지법 개정을 이끌어냈습니다. 또 현재까지 20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두고 5만 건 이상의 아동학대 사례를 치료했습니다."

-캠페인사업은 좀 생소하게 들리는데.

"어떻게 하면 모금을 많이 할 수 있을까라는 단편적인 생각에서, 의식이 결여된 모금은 결국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되면서 힘쓰고 있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캠페인사업의 핵심은 기업과 종교, 개인 등 모든 사회구성원이 구분 없이 더불어 사는 마당을 꾸미는 것인데, 특히 2000년대 사회운동의 새로운 경향 가운데 하나인 기업의 사회공헌을 접목한 착한 소비(Good-Buy) 캠페인이 그 대표적인 것입니다. 캠페인에 참여한 기업은 상품 판매를 통해 수익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소비자는 제품 구매를 통해 자연스럽게 기부에 동참하는 시스템입니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해 35개 기업에서 현재까지 약 1억원의 기금이 조성됐습니다."

-굿네이버스는 대북사업도 활발한데 요즘 상황을 보면 앞으로 사업이 쉬워 보이지는 않는데요. 향후 대북사업에 대한 전망은 어떻습니까.

"대북사업은 1995년 신의주 어린이 급식사업을 실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현재는 4개의 병원과 제약공장 등 25개 사업장에서 농축산개발사업과 보건의료지원사업 등을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 남북 관계가 냉각기에 접어들면서 향후 사업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정 부분은 끊임없이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비정부기구 본연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게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부가 늘고 이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 NGO들의 활동도 크게 늘었지만 여전히 국내 단체들의 활동은 정부감시 등이 주된 것으로 보이는데.

"88올림픽 이후 우리사회가 선진화의 길로 들어서면서 시민사회 활동도 활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활동은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됐습니다. 하나는 정치와 경제 등 사회 전반적인 분야의 투명성 제고를 목적으로 하는 사회정의 운동이었고, 다른 하나는 기부와 나눔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통합 운동이었습니다.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이 사회정의 운동의 대표단체라면 굿네이버스는 사회통합 운동의 대표단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분야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구촌에 대한 시민의식이 예전에 비해 확실히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점차 굿네이버스와 같은 사회통합 단체들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습니다."

-굿네이버스의 미래 비전을 들으면 향후 국내 기부문화 확산 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2008년 굿네이버스의 2020 비전을 발표했습니다. 후원회원 규모 300만명에, 전세계 사업국은 100개국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전세계에서 굿네이버스 이름으로 활동하는 활동가는 1만여 명에 이릅니다. 이 정도 규모를 유지하려면 1년 예산이 7억 달러 수준은 돼야 하며, 계획이 제대로 진행되면 예산과 조직규모 면에서 세계 10대 NGO 반열에 올라서게 됩니다.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모금활동과 그에 따른 적절한 배분이 중요한데, 그 동안의 상황으로 볼 때 국내 모금활동은 향후 몇 년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시작된 행복바이러스를 전세계에 퍼뜨리는 게 굿네이버스의 최종 목표일 것입니다."

■ 이일하 굿네이버스 회장 약력

1947년 서울 출생

1974년 연세대 신학과 졸업

1983~1991년 월드비전(구 한국선명회) 개발국장

1991~1996년 굿네이버스(구 한국이웃사랑회) 사무총장

1999~2005년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장

1996~현재 굿네이버스 회장

양곤(미얀마)=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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