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재정위기가 점입가경이다. 그리스를 포함한 PIGS국가의 디폴트 위험으로 촉발된 남유럽 재정위기는 이제 재정감축에 따른 더블딥 리스크로 확대 해석되기 시작했다.
독일이 범유럽 차원의 재정 감축안을 만들자는 의견을 내놓음으로써 유로존의 경기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본질적인 의심은 다른 부분에 있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의 불협화음이 그것이다. 그리스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지 4개월이 지났는데도, 그것도 국채 만기를 바로 앞두고 디폴트에 임박해서야 대책이 확정되고 자금 지원이 이뤄지는 시스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서유럽 경제대국의 해결 의지도 아쉬운 부분이다. 영국은 유로존 가입 국가가 아니라며 자금 지원에 적극적이지 않고 프랑스는 독일의 태도에 불만을 품고 유로화 탈퇴 가능성을 언급했다.
독일은 사전 합의도 거치지 않고 공매도 금지안을 발표함으로써 주변국의 반발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ECB)의 소극적인 행보도 사태를 확산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와 이번 남유럽 재정위기가 분명히 차별화되는 것은 부실 규모가 투명하게 알려져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해결 방안도 무엇인지 시장이 알고 있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중요한 것은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실행과정에서의 상호협력이다.
특히 ECB는 다른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정책금리와 채권매입 등을 통한 정책적 대응 여력이 높은 상황이다.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불거질 때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는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이다. 어차피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 가래보다는 호미로 막을 수 있을 때 막는 것이 현명한 대응이다.
지난 주말 독일 의회는 7,500억유로 규모의 유로안정기금에 대한 출자 및 그 출자 규모를 확정했다. 이번 위기 해결에 선도적으로 나서야 할 독일이 빠른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이다.
연일 급락세를 보이던 유럽 증시도 하락을 멈췄으며 미국 증시도 장 막판 반등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로화도 이틀 연속 반등에 성공하고 있다.
21일이 휴일이었던 만큼 국내 증시는 주 초반 하락세를 피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당초 1,600선내외에서 지지 가능성을 예상했으나 해결 방안이 지연되면서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럴 경우 마지노선은 1,550선이다.
작년 8월 이후 중요 고비마다 강력한 지지선 역할을 해준 지수이다. 유럽도 보다 빠른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고 미국도 자율적인 반등을 보여준 만큼 이 지수대에서의 공방이 예상된다.
해결을 위한 행보가 시작된 만큼 투매에 가담하기보다는 실적과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는 종목 중에서 낙폭 과대 매력이 부각될 수 있는 종목에 국한해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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