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부동산 청약시장은 '대박'과 '쪽박'이 공존한다. 한쪽에선 청약률 제로와 미분양 적체로 '어렵다' '안된다'는 건설업계의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려오고, 1억원 이상 할인하는 '떨이 분양'에도 팔리지 않을 만큼 침체의 그늘이 심각한 상황. 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수십대 1의 높은 경쟁률과 1순위 마감, 심지어 '투기장세'에서나 볼 수 있었던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까지 등장할 만큼 청약열기가 뜨겁다. 통상적인 양극화를 넘어 '천당과 지옥'이 공존하는 현 청약시장의 실체는 도대체 뭘까.
한쪽은 떨이 분양, 한쪽은 떴다방
대세는 분명 침체다. 대부분 건설업체들은 값싼 분양가를 앞세운 보금자리주택에 밀린 데다, 신규공급의 무덤인 지방분양과 발길 끊긴 중대형 물량에 치여 하루하루 버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악조건에서도 ▦가격 경쟁력과 ▦입지 ▦실수요자 중심의 마케팅 전략 ▦시장 여건에 맞는 틈새상품 등을 앞세운 업체들은 '빈곤 속 풍요'를 만끽하고 있다.
우선 오피스텔이 그렇다. 최근 포스코건설이 부산에서 청약을 받은 오피스텔 '더?센트럴스타 리츠'는 319실 모집에 9,889명이 몰리며 평균 31대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했다. 한꺼번에 수천명이 몰리며 줄서기에, 떴다방까지 등장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앞서 대우건설이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서 분양한 '푸르지오월드마크' 오피스텔도 89실 모집에 4,369명이 신청, 평균 49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고, 한화건설이 인천 논현지구에서 내놓은 '에코메트로3차 더타워' 오피스텔 역시 평균 9대1이 넘는 경쟁률로 순위 마감을 했다.
보금자리주택인근, 혹은 중대형이라고 해서 모두 깡통을 차는 것도 아니다. 이달 초 대림산업이 청약을 받은 '광교 e편한세상'은 10대1이 넘는 '잭팟'을 터뜨렸다.
심지어 같은 지역에서도 청약률 제로와 순위 내 마감이 교차하기도 한다. 울산의 경우 최근 한신공영은 263가구를 일반 분양하면서 평균 1.9대 1의 경쟁률로 1~3순위 접수에서 청약을 마감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앞서 한 대형 건설사가 인근에서 242가구를 일반분양한 단지는 청약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돈 되는 곳만 청약 몰려
되는 곳은 확실히 되고, 안 되는 곳은 확실히 안 되는 게 지금 분양시장의 특징. 그 이유는 뭘까.
신규 청약의 무덤이라 불리는 '지방'과 '중대형'에서도 1순위 청약마감이 나온다는 것은 여전히 수요가 존재하고 있다는 뜻. 또 시장 침체를 탓하지만 최근 오피스텔 청약이 잇따라 수십대 1이 넘는 청약경쟁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돈 될만한 곳을 찾는 부동자금이 넘쳐나고 있음을 말해준다. 결국 돈이 되는 상품, 좋은 입지의 상품이라면 불황기에도 얼마든지 팔린다는 얘기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부동산 대세 상승 기조가 꺾이면서 이젠 돈이 될만한 곳이나 상품 경쟁력이 있는 곳으로만 수요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청약 마감이 잇따른 곳들은 한결같이 짭짤한 임대수익이 가능한 소형 오피스텔이거나 분양가 또는 입지 경쟁력이 있는 아파트에 국한됐다"고 말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틈새상품과 지방ㆍ중대형 공급 등에서 청약마감이 잇따랐다는 것은 최소한 건설업계 스스로 얼마든지 위기를 헤쳐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라며 "아직까지 저금리에 부동자금이 넘치는 데다, 부동산 시장을 기웃거리는 수십조원대의 토지보상금까지 감안하면 부동산 시장은 언제든 다시 불붙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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