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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인공강우

입력
2010.05.2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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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미국 과학자 빈센트 셰퍼 박사가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매사추세츠주 바크처산맥 상공. 안개로 가득 찬 냉장고에 드라이아이스 가루를 넣었을 때 얼음 결정이 생기는 현상을 발견한 그는 수증기로 꽉 찬 구름에 드라이아이스를 뿌리면 인공 눈을 내리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예상은 적중했고, 미국은 세계 최초로 인공강우 항공기 실험에 성공한 국가가 됐다. 현재 미국은 캘리포니아ㆍ네바다 주 등이 대규모 인공강설로 수자원을 확보하고, 자체 보유 항공기로 인공강우 사업을 하는 기업이 생겨날 만큼 인공강우가 일반화해 있다.

■ 1932년 세계 최초로 인공강우연구소(IAR)를 설립한 러시아는 매년 5월 9일 전승기념일에 선보이는 '구름 소산(消散)'으로 유명하다. 구름 소산은 인공강우처럼 드라이아이스나 요드화은(Agl)을 살포하는데, 구름과 주변 공기의 온도, 바람 속도 등이 민감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고도의 축적된 기술이 필요하다. 중국은 가뭄으로 인한 만성적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전국 31개 성(省) 지역에 인공강우센터를 설치ㆍ운영 중이다. 연간 3만5,000여명의 인원과 37대의 전용 항공기, 7,071문의 대포를 투입해 국가적 차원에서 인공강우에 나선 상태다.

■ 세계 각국은 안정적인 물 자원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인공강우 등 기상조절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미국 기상연구대학연합(UCAR) 조사에 따르면 2008년 현재 37개 국가가 150개 이상의 인공강우, 인공증설, 안개소산, 우박억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63년 동국대 양인기 교수가 항공기와 드라이아이스로 인공강우를 시도한 이후 후속 실험이 중단됐다가 90년대 중반부터 기상청 중심의 실험이 이어졌다. 그러나 집중호우 피해가 발생하면 연구가 단절됐다가 가뭄이 심하면 연구가 재개되는 식이어서 연구개발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 기상청이 수도권 지역에서 처음으로 인공강우 실험에 성공했다. 인공강우는 물 부족 현상 극복을 위해 상용화를 서둘러야 할 분야다. 그러나 필요성에 대한 공감에 비해 지원은 너무 빈약하다. 중국이 전용 항공기 운영에 매년 1,000억원을 투입하는 데 비해 우리는 전용 항공기 한 대도 없다. 고작 3억원의 예산으로 실험 때마다 4인승 민간 소형 비행기를 빌려 탄다. 그 때문에 인공강우 실험 최적 고도인 3만 피트(9,000m) 높이는 올라가지도 못한다. 4대 강 사업에 들이는 정성만큼은 아니더라도 한 번쯤 인공강우 실험 지원 문제도 들여다 볼 일이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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