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군합동조사단이 결정적 물증을 찾아낸 데는 치밀한 과학수사가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외국 전문가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군의 상상력과 꼼꼼함도 한몫했다.
상상력과 집념의 산물 쌍끌이어선
군 관계자에 따르면 합조단은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도 북한 소행을 밝혀 줄 결정적 물증을 못 찾아 애를 태웠다고 한다. 침몰 해역의 바닥을 조사하기 위해 첨단 선박을 총동원했지만 군이 기대했던 어뢰 파편은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군은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첨단 장비를 이용하고도 못 찾아낸 어뢰 파편을 원시적 방법으로 수거해 보기로 했다. 군부대 총기분실 사고에 경험이 많은 국방부 조사본부 요원들이 쌍끌이어선을 이용해 해저 바닥을 샅샅이 훑는 방법을 제시했던 것이다. 실제로 군부대에선 총기가 분실되면 화장실을 모두 퍼내곤 한다.
합조단은 2006년과 2007년 동해와 서해에 각각 추락한 전투기 잔해를 수거한 사례를 떠올리고 공군 에 자문을 구했고, 공군은 부산의 한 민간 업체를 소개해 줬다. 이 업체는 쌍끌이그물코를 5㎜까지 촘촘히 만들어 작업을 시작했다.
선체 구조와 시뮬레이션 분야 전문가들인 미국과 영국 조사단은 군이 쌍끌이그물을 동원한다고 하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발상 자체가 너무 원시적인 데다 천안함 침몰 해역의 수심이 깊고 유속이 빨라 금속 파편이 수거되기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을 나타낸 것이다.
군 당국은 외국 전문가들을 간신히 설득하고 작업에 나섰지만 예상대로 그물이 자주 찢어지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지 않았나. 결국 갈고리 50개가 촘촘히 달린 어선을 이용해 해저 바닥을 긁어 올린 끝에 대어를 낚을 수 있었다.
거즈로 구석구석 꼼꼼히
합조단은 천안함이 어뢰로 침몰했다면 함체에 반드시 화약 성분을 남겼을 것으로 판단했다. 과학수사팀은 함체가 인양돼 공기에 노출되면 화약 성분이 바로 산화할 것으로 보고 인양과 동시에 거즈를 들고 함수(艦首)와 연돌, 절단면 구석구석을 닦아 냈다. 거즈에 묻어 나온 화약 성분을 검출하기 위한 것이었다. 거즈는 침몰 해역에서 수거한 모래와 자갈 등을 닦는 데도 활용됐다. 장시간의 작업 끝에 함수와 연돌, 해저 모래에서 폭약 성분이 검출돼 어뢰 공격을 뒷받침하는 증거 목록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합조단은 은근과 끈기로 천안함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도 복원했다. 전사자가족협의회은 23일 서울 대방동 해군 재경근무지원단에서 눈물로 이 영상을 지켜 본 뒤 조사 결과 발표에 100% 동의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이날 천안함 46용사를 전사자로 공식 인정한다고 유가족들에게 통보했다. 보상금은 간부의 경우 3억 400만~3억5,800만원, 병사에게는 2억원이 각각 지급된다. 연금은 간부가 유족 및 보훈연금을 합해 매달 141만~255만원, 병사는 보훈연금으로 월94만8,000원을 각각 받는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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