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21일 격노했다. 거친 단어를 마구 쏟아내며 북한을 맹비난했다. 평소 절제된 화법을 구사했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김 장관은 이날 국방부 대회의실에 외신기자간담회를 갖고 "마치 권투선수가 링에서는 장갑 낀 선수만 칠 수 있는 것처럼 한계를 가지고 있는데 북한은 이번에 한계를 넘어서는 행동을 했다"며 "이런(천안함 공격) 만행을 저지른 북한이 응분의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김 장관은 북한이 어뢰 공격을 부인하는 것에 대해 "북한 어뢰라는 증거가 10가지 이상 발견됐다"며 "(북한의 태도는) 언어 도단이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김 장관은 특히 20일 북한이 천안함 조사 결과에 대해 "검열단을 보내겠다"고 입장을 밝힌 점을 거론하면서 "강도나 살인범이 현장을 검열하겠다는 의도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김 장관은 향후 조치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국제적으로 제재할 수 있도록 다른 나라들과 협조할 예정"이라며 "군사ㆍ비군사적 조치를 모두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유엔사령부에 조사를 의뢰했으니 거기서 조사하고 난 뒤 북한에 관련 자료를 제시할 것"이라며 "(북한에게) 명확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전화통지문에서 밝혔다"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간담회에 배석한 장광일 국방부 정책실장은 "이번 사건은 명백히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으로 여기에 나와 있는 유엔사 특별조사딘(SIT)에 조사를 의뢰해 결과가 나오면 정전위원회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다룰 것"이라며 "북한 대표는 그 자리에 나와 우리 설명을 들을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 공격을 북한 정찰총국이 주도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황원동 국방부 정보본부장은 "북한은 작년 초 노동당 대남공작부서 등을 통합해 정찰총국으로 개편했는데 모든 관련 자료와 아웅산 테러, KAL기 폭파 등 피해 전례를 볼 때 정찰총국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격 의도에 대해서는 "지난해 12월 대청해전 패배 후 실추된 명예 회복과 화폐개혁 부작용, 경제난에 따른 내부 관심 전환, 6자회담 주도권 장악 등을 원인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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