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 맞을 사람은 누구든지 오라!
제목 그대로 '아! 水라장'이 벌어지는 제22회 춘천마임축제 개막이 임박했다. 세계 3대 마임축제로 꼽히는 이 행사가 23~30일 강원 춘천시에서 열린다. 국내 작품은 물론 영국, 프랑스, 핀란드 등 해외 공식초청작과 시민 참여 프로그램 등이 다양하다.
올해는 춘천에 전해오던 공지어 전설을 축제와 결합시켜 지난해부터 선보인 '우다마리와 공지어 9999신화' 콘셉트를 축제 전체에 반영했다. 공지어 전설은 퇴계 이황이 짚을 썰어서 곰짓내(공지천)에 내던졌더니 모두 진짜 물고기 공지어가 됐다는 이야기. 여기에 춘천에 사는 소설가 이외수가 지은 '우주로 다 함께 돌아가는 마음으로 만나리'의 줄임말을 붙여 신화적인 축제를 기획했다.
축제 전체가 한 편의 공연이 되는 일정은, 마스코트 '깨비'가 춘천의 화신(火神)을 물리치기 위해 인간세상에 왔다가 우주로 돌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개막식에 참가하는 시민들은 깨비가 되어 거리에서 물폭탄 공격을 벌인다. 또 축제 기간 중에는 종이에 소원을 적은 공지어 9,999마리를 만든다. 깨비를 우주로 보내기 위해 공지어 9,999마리를 태워야 하기 때문이다. 폐막식 전야에는 귀향에 들뜬 깨비들의 대동놀이 '도깨비난장'이 밤새도록 펼쳐지며, 폐막식 땐 공지어 9,999마리를 태우는 '불꽃난장'이 열린다. 축제 중반에는 깨비의 귀향을 기원하는 굿판 '미친금요일'도 있다.
엄선한 국내외 공식초청작도 축제의 흥을 돋운다. 영국 극단 게코의 '외투'는 고골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역동적인 신체극으로, 지난해 에딘버러 페스티벌 최고의 화제작이었다. 유럽 무대에서 호평받은 한국 극단 노뜰의 '귀환'은 민족사를 다루고 있어 한일 강제병합 100년 및 한국전쟁 60년을 돌아보게 한다. 이 밖에도 핀란드 서커스 '대합실'과 프랑스 마임 '코코리코' 등이 준비 중이다.
춘천마임축제는 전국 1,000여 개가 넘는 지역축제 가운데 시민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축제로 꼽힌다. 특히 올해는 천안함 희생 장병의 영령을 위로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추모하는 제의를 열고, 정신병원과 교도소 등지에서 깜짝공연을 기획하는 등 나눔의 정신도 실천할 계획이다. (033)242-0585
■ 춘천마임축제 초청작 '코코리코'
춘천마임축체 공식초청작인 프랑스 마임 '코코리코'는 마임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코코리코'는 우리말 '꼬꼬댁'처럼 닭 울음소리를 흉내 낸 의성어로, 최초의 언어인 몸짓으로 자신을 표현한다는 공연 의도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
무대 장치라고는 피아노 1대와 3면의 스크린뿐이다. 배우도 어릿광대와 음악가 단 두 명이다. 이들은 한 마디의 대사도 없이 몸짓과 음악으로만 관객을 폭소하게 만드는데, 비결은 절묘한 타이밍에 있다. 신체 희극의 거장 파트리스 티보가 기발한 몸짓으로 카우보이, 맹수 조련사 등을 연기하면, 피아니스트 필립 레이냑은 트럼펫 등 악기를 들고 나와 재미있는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식이다. 스크린에 비친 그림자는 또 다른 인물로 활용된다.
캐릭터의 개성을 살려 웃음을 주는 동시에 좌절, 실패, 희망 등 삶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2006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축제에서 초연한 뒤 지난해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24, 25일, 서울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에서 27일 공연한다. (02)2280-4115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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