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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노무현 전대통령 1주기/ 봉하마을 추모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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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노무현 전대통령 1주기/ 봉하마을 추모인파

입력
2010.05.2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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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이틀 앞둔 21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가만히 앉아 있어도 등에 땀이 송송 맺히는, 때 이른 더위 속에서도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전시관인 추모의집이 들어서고 묘역이 조성되는 등 마을은 1년 전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었지만 추도식을 알리기 위해 내걸린 현수막 사이로 보이는 비극의 무대 부엉이바위는 그대로였다.

이날 오전 1주기 당일 혼잡을 피해 미리 봉하마을을 방문한 사람들은 생가와 추모의집에 마련된 방명록에 추모 글을 남기기 위해 뙤약볕 속에 줄지어 섰다. 부산에서 온 주부 이주현(49)씨는 "노모와 바람 쐴 겸 찾았는데 막상 마을에 들어서니 1년 전 일이 떠올라 눈물이 핑 돌았다"고 말했다. 김호문(56) 봉하마을 이장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찾아오는 외부인들이 그 전보다 많아졌다"고 말했다.

농기구 보관소를 개조해 만든 추모의집에서는 20일부터 노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자전거 밀짚모자 작업복 등 유품과 그림 조각 판화 사진 등이 주인을 대신해 사람들을 맞고 있다. 김모(71ㆍ경북 김천시)씨는 "솔직히 대통령이었을 때 욕도 많이 했었지만 유품들을 보니 마음 한 구석이 꽉 메어 오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생가에서는 3명의 문화해설사가 인파를 맞느라 비지땀을 흘렸고, 노무현재단이 운영 중인 생가 옆 아름다운봉하가게는 노 전 대통령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각종 기념품을 사는 이들로 북적거렸다.

19일에는 봉하마을에 조성된 노 전 대통령 묘역이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소개를 담당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직무대행은 "묘역은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사람 사는 세상을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묘역은 지난해 5월 23일 서거 직후 봉하마을 봉화산 아래 조성한 임시묘역을 건축가 승효상씨가 설계를 맡아 3,206㎡규모로 확대 정비한 것이다. 마을 쪽을 꼭지점으로 해 봉화산 쪽으로 넓게 펼쳐진 부채꼴 조형미가 돋보인다.

문 직무대행은 "묘역은 3만8,000개의 화강석으로 광장 길 우물 등을 만들어 마을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며 "묘역이 갖는 의미는 '소외되고 낙오된 이들도 함께 하는 세상' '다 함께 어울리는 세상'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 달라"는 노 전 대통령의 유언에 따라 지하에 안장 시설을 마련하고 남방식 고인돌 형태의 너럭바위(가로 2mㆍ세로 2.5mㆍ높이 40㎝)를 봉분처럼 올렸다. 묘역을 찾는 이는 누구든지 비석을 손으로 만질 수 있다. 화장한 유골은 백자도자기와 연꽃석함에 담겼고 석함에는 '참여정부 5년의 기록'이라는 5부작 다큐멘터리 DVD와 노 전 대통령 일대기 및 국민들의 추모 모습을 기록한 영상이 부장품으로 들어갔다.

묘역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입구로부터 비석까지 가는 길에 촘촘하게 깔린 박석(薄石)이다. 1만5,000명의 시민들이 기부한 박석(가로 세로 20cmㆍ두께 10cm)에는 '그립습니다. 바보 대통령' '당신을 영원히 기억합니다' 등 추모 글이 새겨져 있다. 묘역 관리는 손성학 봉하재단 운영홍보팀장과 18명으로 이뤄진 문화해설사들이 맡을 예정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도식 겸 묘역 완공식은 23일 오후 2시부터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씨 등 유족과 김원기 임채정 전 국회의장, 이해찬 전 총리 등 참여정부 인사들, 각 당 대표, 시민 조문객 100여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사회는 방송인 김제동이, 추도사는 이 전 총리와 도종환 시인이 맡는다.

하루 전인 22일 오후 봉하마을에서는 추모공연이 펼쳐지며 이튿날 오전 11시 봉화산 정토원에서는 추모법회가 열린다. 권 여사와 유족들은 22일 밤 봉하마을 집에서 첫 기제사를 올린다.

문 직무대행은 "서거 당시 진심으로 마음 아파했던 국민들의 자발적 기부로 조성된 묘역인 만큼 이번 추도식은 시민 참여형으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우리는 묘역을 조성하고 추도식을 준비하는 내내 봉분에 적힌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는 글귀의 의미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김해=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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