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발을 단호히 응징하는 방안이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그에 못지 않게, 아니 오히려 더 중요한 과제는 북한의 군사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일이다. 제재와 압박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궁지에 몰릴 북한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또 다른 모험을 저지를 개연성이 크다. 이미 "전면전 불사" 등의 적반하장식 언사로 협박하고 나선 판국이다.
북한의 추가 도발 위협을 무력화하고, 국민의 안보 불안을 눅이는 것이 지금 우리 군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천안함 사태에서 군은 무방비 상태로 적의 기습을 허용해 신뢰에 큰 상처를 입었다. 2002년 2차 서해교전 때도 피해가 있었지만 교전수칙 탓으로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접적 해역의 일선에서 합참 지휘부에 이르기까지, 일상적 경계와 비상대응 태세에 허점을 드러냈다.
물론 물밑에서 은밀히 기동하는 잠수함은 최첨단 감시시스템으로도 탐지와 추적이 극히 어렵다. '함선이 침몰해야 잠수함의 존재를 안다'는 경구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우리 군은 북한 잠수함정과 지원 모선의 기지 출입항 정보를 갖고서도 통상적 활동으로 간과했다. 접적 해역의 경계작전을 지휘하는 해군과 합참 지휘부의 정보 판단부터 긴장감 없이 느슨했던 사실은 변명할 여지가 없다. 여기에 허술한 보고ㆍ지휘 체계와 합동작전 시스템 등 전비태세의 총체적 불안을 노출했다.
군은 뼈를 깎는 각오로 자기 혁신을 해야 한다. 그러나 당장 급한 것은 스스로 기강을 다잡고 사기를 북돋아 빈틈없는 경계ㆍ전투 태세를 갖추고, 대북 제재와 압박에 따를 긴장 고조에 대비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국가전략 차원의 단호한 대북 조치를 뒷받침할 수 있다. 그게 군의 고유한 임무이다.
지금 일부에서는 다분히 정치적 의도로'패전론'까지 들먹이며 군과 정부의'안보 무능'을 질책하는 상황이다. 침략적 도발을 저지른 북한을 제쳐둔 채 군을 무능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데 서운해할 겨를이 없다. 참담한 실패를 딛고, 그야말로 견적필살의 의지로 적과 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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