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정세 안개속으로
천안함 사태 이후 남북한을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남북한과 주변 4강국의 관계도 미묘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 한반도 주변 정세는 상당 기간 안개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천안함 사태 조사결과 발표를 기점으로 한반도의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그간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대화와 협상'이라는 유화 모드가 '대립과 압박'이라는 강경 모드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한국ㆍ미국ㆍ일본 대 북한ㆍ중국'의 대립 구도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이날 우리 정부의 천안함 사태 조사결과 발표 후 이들 국가의 입장 표명에서도 이런 구도는 그대로 드러났다.
미국은 우리 정부의 발표 직후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한국 정부의 조사결과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면서 북한의 행위를 '국제법과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미국의 전폭적 지지 입장을 전달받았다.
일본 정부도 강력한 지지를 표명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히라노 히로후미 관방장관은 이날 북한에 대해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뒤흔들었다"고 비난하는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제재를 염두에 두고 한ㆍ미와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은 미묘한 시각차를 보였다.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우리 정부의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각 국은 냉정하고 절제된 태도로 유관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해 한반도 정세의 긴장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그동안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우리 정부에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 "구체적인 증거 제시" 를 주장해온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같은 대립 구도는 대북 제재를 위한 유엔 안보리 무대에서 더욱 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천안함 사태에 대한 중국의 최종적 입장 정리가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점이 최대 변수다. 현재로선 중국이 선뜻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이 천안함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에 적극 반대할 경우 미ㆍ중 간의 갈등 구도가 재연될 수 있다. 중국이 미국과의 대립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 편을 들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커질 경우 6자회담 재개도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은 일단 국제사회의 반발을 우려해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하기보다 기권하는 방법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아울러 중국과 함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입장 표명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북한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지만 미국, 일본처럼 한국을 적극 지지하지는 않고 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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