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은 한식 하면 김치나 불고기만 주로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좀 다녀본 외국인들은 우리네 향토음식이 얼마나 다채로운지를 이야기한다. 주재료와 조리방법, 양념의 맛과 강도까지 세세히 따지고 들면 팔도 음식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들을 자랑한다.
이탈리아 음식도 비슷하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탈리아 음식 하면 비슷비슷한 피자나 스파게티만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탈리아 곳곳을 다니며 각 지역의 음식들을 주의 깊게 봤다면 지역마다 주재료도 레시피도 소스도 제각각 개성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을 터. 이 차이를 안다면 이탈리아 요리를 더욱 풍부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 남부 지중해에 있는 섬 시칠리아에는 정통 지중해식 요리가 발달했다. 특히 이 섬에선 '쿠스쿠수'라고 불리는 생선수프가 유명하다. 아랍인들에게서 전해졌다고 알려진 이 수프는 체로 거른 뒤 남은 밀가루를 기름과 함께 섞어 증기로 찐 뒤 생선을 넣고 끓여 만든다.
시칠리아 음식에선 생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덕분에 육류 사용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생선과 올리브유, 토마토소스가 이 지역 대부분 음식의 공통된 재료. 정어리 파스타로 잘 알려진 사르데 파스타, 오징어먹물로 만든 소스로 유명한 오징어 스파게티가 바로 이 섬을 대표하는 요리다.
이탈리아 북부로 갈수록 요리에서 지중해의 특성이 줄어든다. 특히 피에몬테 지방에선 전형적인 내륙지방의 음식을 즐겨 먹는다. 이 곳에서 가장 중요한 식재료는 버터와 와인, 치즈, 쌀, 송로버섯 등이다. 서울 JW매리어트서울호텔 이탈리안 레스토랑 올리보의 김종민 수석 조리장은 "산맥과 평지, 강과 호수를 모두 갖춘 지형적 특징 덕분에 피에몬테에선 육류가 풍부하고 채소도 부드럽고 맛이 좋다"며 "프랑스 스위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고기와 채소, 쌀을 조화롭게 사용하는 다양한 식문화가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재료를 이용한 버섯 샐러드가 에피타이저로 대표적이며, 메인요리로는 '와인의 왕'이라 불리는 바롤로 와인을 곁들인 리조또와 쌀로 만든 스프인 '파니스차'가 잘 알려져 있다.
베네치아를 비롯해 이탈리아 북동부에 있는 파도바, 로비고, 베로나, 비첸차, 트레비조, 벨루노 등은 전체적으로 '베네토'라고 불린다. 겨울이 길고 추워 예로부터 음식 맛이 진한 특징이 있다. 이곳 베네토 지역에는 농업의 발달로 쌀과 유제품이 풍부해 리조또 요리가 많다. 특히 콩을 넣은 파스타가 이 지역의 전통음식이기도 하다.
베네토 지역 안에서도 베네치아의 음식은 다른 도시와 좀 다르다. 유달리 향신료를 많이 쓰고 채소보다는 육류나 해산물을 넣은 리조또 요리가 많다. 대구를 소금에 절여 말린 '바칼라'나 와인과 볶은 양파에 재운 정어리 요리는 베니스의 전통이다.
JW매리어트서울호텔 올리보에서는 5월 한 달 동안 피에몬테 요리를, 6∼7월 두 달 동안 시칠리아 요리를 선보인다. 02)6282-6765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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