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군합동조사단(합조단)은 20일 천안함을 두 동강 낸 북한의 어뢰 종류까지 상세히 거론하며 발표내용에 신뢰도를 높였다.
천안함이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을 것이란 예상은 어느 정도 감지됐지만 구체적 어뢰 종류까지 공개되자 기자회견장 주변에서 "북한의 어뢰 공격은 이제 추정 단계를 넘어 확인 수준으로 격상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들렸다.
합조단은 15일 쌍끌이어선으로 천안함 침몰 해역 부근에 가라앉은 금속 파편을 수거하던 중 어뢰의 추진동력부인 프로펠러 추진모터 샤프트(축) 등을 찾아냈다. 수거물은 5개의 날개가 달린 순회전 및 역회전 프로펠러 2개가 추진부 후면에 온전하게 붙어 있는 형태였다.
합조단은 "해저에서 수거한 어뢰 파편이 북한의 수출용 무기 소개 책자에 소개된 CHT_02D어뢰의 설계 도면과 정확히 일치했다"고 밝혔다. 설계 도면과 수거한 추진부를 비교한 결과, 추진부 및 프로펠러 길이, 프로펠러 모양, 직사각형 방향키와 고정나사 형태 등이 설계 도면과 같았다는 것이다. 북한의 수출용 책자에는 어뢰의 제원과 특성, 상세 도면까지 모두 나와 있어 비교가 가능했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윤덕용 합조단 공동단장은 "다른 증거로도 북한의 어뢰 공격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지만 어뢰 파편은 북한의 소행을 단정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라며 "이 정도로 확실한 물증을 찾아낸 적은 세계적으로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합조단은 북한이 사용했다는 CHT_02D 어뢰를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윤 단장은 "음향항적 및 음향 수동추적 방식을 사용하는 CHT_02D어뢰는 직경 53.4㎝(21인치), 무게 1.7톤, 폭약장약 250㎏에 달하는 중(重)어뢰로 천안함이 받은 피해와 동일한 규모의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합조단은 기자회견 도중 CHT_02D의 설계 도면을 침몰 해역에서 건져 올린 프로펠러 등과 나란히 배치해 비교하도록 하는 등 조사 결과에 자신감을 보였다. 미리 준비한 듯 CHT_02D어뢰와 똑같은 크기와 모양을 그린 대형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기도 했다.
군 당국과 방산 업체에서는 크기 무게 폭발력 등을 감안했을 때 CHT_02D 어뢰는 1980년대 개발한 중국제 Yu(漁)_3G어뢰를 개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중국제를 개량했어도 어쨌든 북한산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군은 그러나 설계 도면을 입수한 경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출처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데다 보안상 입수 경위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어뢰가 북한에서 제조됐다는 점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는 또 있다. 합조단은 천안함 침몰 해역에서 수거한 어뢰 추진부 뒷부분 안쪽에서 1번이라는 푸른색 글자가 한글로 표기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2003년 한국군이 서해안에서 수거한 북한 훈련용 어뢰에 쓰인 4호라는 글씨와 표기 방법이 동일하다는 것이 합조단의 설명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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