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차범근(57) 감독이 끝내 지휘봉을 내려 놓았다. 2004년 사령탑에 부임한 지 6년 5개월만이다. 차 감독은 20일 기자 간담회를 자청, "내달 6일까지 팀을 이끈 뒤 휴식을 취할 것"이라며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왜 물러났을까.
▲심신이 지쳤다, "에너지 충전 후 돌아올 것"
차범근 감독은 "집중력이 떨어졌고, 심신이 많이 지쳤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습관적으로 타성에 젖어 감독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해 물러나기로 결정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지도자는 계속 스스로 업그레이드돼야 하는 만큼 해외에서 세계 축구의 흐름을 보고 느끼는 게 필요하다"며 "몸이 근질근질해지면 다시 사령탑으로 K리그에 복귀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와 세계클럽월드컵 정상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리그 꼴찌, 성적 부진 책임도
차 감독은 2004년부터 수원을 이끌었다. 부임 첫 해 K리그를 제패하며 화끈하게 첫 시즌을 시작한 차 감독은 2008년 정규리그와 컵 대회 정상을 모두 차지하는 '더블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정규리그 10위에 그쳤지만, FA컵 우승으로 팀을 201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올려 놓았다.
하지만 올 시즌 팀 역대 최다 연패(6연패)를 당하며 리그 꼴찌로 내려 앉았다. '명가의 추락'이었고, 자존심에도 금이 갔다. "쉬고 싶다"는 게 표면적인 사퇴 이유였지만, 곤두박질 친 팀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해설, "자신 없다"
관심은 그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해설자로 나서느냐 하는 점이다. 차 감독은 "해설은 감독과 마찬가지로 집중력과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지금 상태에서는 중계할 자신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차 감독은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아들인 차두리(프라이부르크)와 함께 MBC 해설을 맡았다.
차 감독은 대한축구협회(KFA)의 초청에 따라 전직 국가대표 감독 자격으로 남아공 월드컵을 방문, 한국의 조별리그 3경기를 관전할 예정이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