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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스포츠와 함께 뛴다] (2) 오륜마크와 함께

입력
2010.05.1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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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광의 순간을 노린다… 올림픽은 '브랜드의 제전'

스포츠 마케팅을 이야기하면서 올림픽을 빼놓을 수 없다. 오륜마크와 더불어 노출되는 후원 기업들의 브랜드 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유명 청량 음료인 코카콜라가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끈 것은 올림픽 덕분이다. 코카콜라는 1928년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올림픽에 참가한 미국 선수단을 위해 1,000상자의 콜라를 제공했다. 이 덕분에 코카콜라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청량음료로 급부상했다.

본격적인 올림픽 마케팅의 효시로 꼽히는 이 행사 이후 코카콜라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1996년부터 2008년까지 장기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경쟁사인 펩시콜라를 아예 올림픽에서 배제하면서 올림픽에서 만큼은 코카콜라 독주시대를 열었다. 특히 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은 '코카콜라 올림픽'으로 불릴 만큼 코카콜라가 올림픽 유치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제 1회 대회부터 시작된 올림픽 마케팅

올림픽 덕분에 기업이 도약한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1986년 캘거리 동계올림픽부터 후원한 비자카드는 4번의 하계 올림픽과 3번의 동계올림픽을 후원한 뒤 전세계 카드 시장의 60%를 점유하게 됐다. IBM은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모든 경기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 '인포96'을 개발하며 기술력을 전세계에 과시했고, 삼성전자는 88년 서울올림픽 후원 이후 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무선통신기기 협력사로 선정되면서 2만5,000여대의 휴대폰과 무전기를 공급해 무선통신 분야 최고 브랜드로 부상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처럼 기업들은 올림픽 후원 및 협력사로 참여하는 올림픽 마케팅을 통해 기업 이미지가 올라가고 제품 판매가 늘어나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일부에서는 아마추어 스포츠 정신의 상징인 올림픽을 기업들이 상술로 더럽힌다는 비난도 제기했지만 사실 올림픽은 기업 마케팅과 함께 시작됐다.

1884년에 IOC 조직 후 1886년 처음 개최된 제1회 아테네 올림픽은 자선가들의 기부금만으로 모자라 코닥의 도움을 받아 열렸다. 이후 1948년 런던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TV 중계권이 3,000만달러에 팔렸으며 52년 헬싱키 올림픽부터 마케팅 프로그램이 도입됐다. 특히 88년 열린 서울 올림픽은 공식 후원사 개념인 'TOP'(The Olympic Partners) 프로그램이 처음 등장하며 올림픽 마케팅의 새 장을 연 대회로 꼽힌다.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는 강력한 노출 효과

기업들이 올림픽 마케팅에 집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세계 대회와 비교할 수 없이 강력한 올림픽 특유의 브랜드 노출효과 때문이다. 전세계에 대회가 생중계되는 올림픽을 후원하면 기업이 진출하지 않은 지역까지 브랜드를 알릴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후원사로 활동하면서 성화 봉송 과정에 참여해 홍보활동이 미치지 못하는 에베레스트산 인근인 주무라마펑부터 둔황 밍샤산 사막까지 삼성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 있었다"며 "돈으로 환산하기 힘들 만큼 큰 효과"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하계 4회, 동계 3회 등 총 7회에 걸쳐 올림픽 공식 후원업체로 참여한 삼성은 브랜드 가치가 5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세계적 브랜드 평가기관인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1999년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32억 달러였으나 2009년 175억달러로 늘어났고, 전세계 브랜드 파워 19위에 올랐다. 또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을 후원하면서 중국 휴대폰 시장 점유율이 2007년 11.5%에서 지난해 9월 21.2%까지 증가했다.

실제로 이 같은 효과 때문에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만 알려진 기업들이 세계 시장 진출의 기회로 올림픽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일본 스포츠 브랜드였던 미즈노와 아식스는 도쿄 올림픽, 일본 브라더공업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후원한 이후 전세계적 인지도가 올라갔다. 특히 브라더공업은 84년에 매출 16.3%, 경상이익이 21.6% 증가했으며 무엇보다 재봉틀 업체에서 라벨 프린터 등을 생산하는 정보기기 업체로 달라진 기업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줬다.

스타 마케팅 확대 및 매복 마케팅 문제

이 같은 효과를 더욱 확대하는 것이 스타 마케팅이다. 대회 기간 가장 관심을 끌 만한 유명 스포츠 선수에게 집중해서 후원을 하는 방식이다. 보통 스타 마케팅은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올림픽 공식 후원과 달리 직접적인 매출 증대를 노리는 방식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경우가 올해 캐나다 벤쿠버 동계올림픽의 꽃이었던 김연아 선수다. 김연아 선수의 피겨스케이팅 경기는 공식 후원사인 삼성뿐 아니라 그를 광고모델로 기용한 국민은행, 현대자동차의 제품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에 따르면 김연아가 에어컨 광고모델로 출연한 삼성전자는 판매 경쟁력이 경쟁사 대비 66%에서 90%로 올라갔고, 국민은행의 '연아적금'은 일 평균 2,500여 계좌가 팔렸다.

반면 나이키의 경우 올림픽에서 벌인 지나친 스타 마케팅 때문에 비난을 사는 역효과를 낳기도 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농구 금메달을 차지한 미국 선수들은 당시 미국 국가대표 선수의 공식 후원브랜드인 아디다스 상표가 붙은 선수복을 입고 시상대에 오르는 것을 거부해 구설수에 올랐다. 당시 경기에 참가한 대다수 선수가 개인적으로 나이키의 후원을 받고 있었기 때문. 결국 이들은 미국 국기를 옷 위에 두르는 것으로 아이다스 상표를 교묘하게 가렸고, 이로 인해 지나친 상술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최근에는 올림픽 마케팅의 효과를 노린 매복(앰부시) 마케팅이 공식 후원업체들의 골치거리가 되고 있다. 매복 마케팅은 공식 후원업체가 아닌 기업들이 올림픽 열기를 이용한 각종 행사를 벌여 애매하게 올림픽 마케팅에 편승하는 것을 말한다. 시드니 올림픽에서 콴타스 항공이 '호주의 정신'이라는 문구와 함께 두 명의 올림픽 선수가 등장하는 광고를 신문에 실었다가 공식 후원업체인 엣센항공의 항의를 받았다.

후지필름도 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코닥이 공식 후원업체로 선정되자 "서울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합니다"라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벌이고 각종 경기 종료 직후 주요 장면을 발 빠르게 광고영상(CF)으로 제작 방영해 이용자들이 공식 후원업체로 오인하게 만들었다.

업계에서는 올림픽 마케팅이 기업과 국가 브랜드를 함께 끌어올리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정경쟁,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팀워크 등 올림픽 정신을 기업 경영에 접목시켜 사회로부터 존중받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추구하는 것이 올림픽 마케팅의 진정한 목적"이라며 "상업적 효과가 낮아도 기업과 사회의 장기적 공생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올림픽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 권계현 삼성전자 스포츠 마케팅 상무

요즘 삼성전자의 스포츠 마케팅을 담당하는 권계현(사진) 상무는 대부분의 시간을 해외에서 보낸다. 올해 11월로 예정된 광저우 아시안 게임, 2012년 런던 올림픽 마케팅 및 영국 프로축구 구단 첼시와 관련된 스포츠 마케팅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이번 아시안 게임에 무선통신 및 가전, 카메라 분야 최고 협력사로 선정됐다. 베이징 올림픽과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동시에 후원하는 글로벌 기업은 삼성이 유일하다. 삼성전자는 이번 아시안 게임에 지금까지 7번에 걸친 올림픽 마케팅 노하우를 십분 활용할 계획이다.

삼성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올림픽 후원을 시작했다. 권 상무는 "당시 올림픽 후원은 세계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결정이었다"며 "98년 나가노 올림픽부터 올해 밴쿠버 동계올림픽까지 7번에 걸쳐 진행된 올림픽 후원은 삼성이 세계적인 선두 브랜드로 성장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99년 31억 달러에서 2008년 177달러로 급증했다.

삼성은 올림픽 마케팅 동안 독특한 올림픽 홍보관인 'OR@S'(OlympicRendezvous @ Samsung)를 운영하며 타사와 차별화를 꾀했다. 그는 "삼성의 올림픽 홍보관은 올림픽 대회 기간 중 명소가 됐다"며 "이용자들에게 최첨단 무선통신 제품과 기술을 선보여 올림픽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선수들에게는 휴식의 장이 됐다"고 말했다.

광저우 아시안 게임 기간에도 홍보관을 운영하며 삼성의 앞선 기술을 알리는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권 상무는 "화남 지방을 포함해 홍콩과 대만 시장을 아우르는 지역을 대상으로 삼성의 기술력을 알릴 수 있는 활동을 준비중"이라며 "화남 지역 특성과 문화를 잘 살린 행사들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삼성이 올림픽 마케팅을 통해 지향하는 것은 스포츠에 쏟아내는 팬들의 열정을 브랜드로 옮겨와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권 상무는 "올림픽 후원으로 글로벌 브랜드의 위상을 높이고 각종 프로 스포츠를 지원해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을 강화하고 있다"며 "8월에 열리는 제1회 싱가포르 유스올림픽은 젊은 층에게 다가설 기회로 삼고 있으며, 2012년 런던 올림픽에 대한 준비도 이미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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