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한 특허관리전문회사(특허괴물ㆍPatent Troll)가 LG전자의 특허를 취득한 뒤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국내 업체의 특허가 외국의 특허 괴물 손에 들어간 뒤 다시 다른 국내 업체를 상대로 한 소송이 제기되긴 처음이다.
19일 전자 및 특허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세계적인 특허괴물로 알려진 아카시아(Acacia)의 관련 회사인 비디오인핸스먼트솔루션(Video Enhancement Solutions)으로 부터 컴퓨터나 DVD 플레이어, 휴대폰 등에서 동영상을 재생할 때 사용되는 화질 개선 기술과 관련, 특허 침해 소송을 당했다. 비디오인핸스먼트솔루션이 미 조지아주 북부지원과 텍사스주 동부지원 등에 낸 소장에는 삼성전자 이외에도 파나소닉, 필립스, 파이오니어, 리서치인모션, 소니, 시게이트 등이 함께 제소된 것으로 돼 있다.
문제는 이 동영상 화질 개선 기술 특허가 당초 LG전자 소유였다는 데서 출발한다. LG전자는 2007년 이 특허를 등록한 뒤 특허를 계속 유지하기 보단 특허를 팔아 수익을 챙기는 게 더 낫다고 보고, 2008년 이를 국내 특허 거래 회사인 안파(ANPA)에 넘겼다. 그런데 안파가 2009년 이를 아카시아에 매각했고, 아카이사의 관련 회사인 비디오인핸스먼트솔루션이 이번에 다른 전자회사들을 상대로 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LG전자는 이에 대해 "특허를 사거나 파는 것은 업계에선 일상적인 일로, 특히 특허를 보유함으로써 발생하는 효익보다 유지 관리에 투입되는 비용이 보다 큰 경우 회사로선 매각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LG전자는 또 "동영상 화질 개선 기술 특허의 경우, 2008년 특허거래 관련 국내업체에 매각을 한 것은 사실이나 이후의 일은 LG전자로선 관여할 수 없는 일이며, 관여한 바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개발된 특허가 외국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특허 전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데도 국내의 대응은 아직 초보 수준이다. 2004~2008년 삼성은 특허괴물에게 모두 38건의 소송을 당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소송을 당한 기업으로 꼽혔고, LG도 같은 기간 29건이나 피소되며 적잖은 피해를 보았다. 최근에는 노키아가 전 세계 휴대폰 업체들을 상대로 막대한 특허 소송을 제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엔 인터렉추얼벤처스(IV)가 국내 대학과 중소기업 등의 특허들을 싹쓸이하기도 했다.
특허괴물이란 아무런 생산 활동 없이 개인이나 기업의 특허를 사 들인 뒤 특허를 침해한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수익을 챙기는 회사를 일컫는 말이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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