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할 신용평가회사들이 오히려 금융 불안을 부추긴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외환위기 당시의 한국, 최근 그리스에 대한 뒷북 평가가 대표적이다. 지금도 과도한 국가부채와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이 한국보다 몇 단계씩 높은, 이해하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금융상품에 후한 평가를 매겨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것도 신용평가사들이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근본 원인은 신용평가를 받는 쪽이 수수료를 전부 부담하는 영업구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들이 평가대상 기관과 유착할 소지가 많은 것이다. 서구 중심의 독과점적 시장 구조도 원인이다. 국가 신용등급을 매기는 3대 신용평가사가 미국계와 영국계이다 보니 아시아 유럽을 홀대하는 측면도 있다.
국제사회가 이들의 횡포를 막고 공정한 신용평가의 잣대를 세우기 위해 제도개혁에 나선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를 중심으로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감독 강화 ▦신용평가 방법 등에 대한 공시 확대 ▦국가신용평가 업무를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에 맡기거나 유럽ㆍ아시아 중심의 독립적인 평가사 설립 등의 개선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우리도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국제사회 공조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부실평가 시비가 일지 않도록 국내 신용평가사에 대한 감시ㆍ통제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마침 금융위원회는 국내 신용평가사에 대한 규제 강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국제사회의 논의 동향도 반영해 평가방법의 투명성과 질을 담보할 수 있는 규제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