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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칼럼] 민주당이 정말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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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칼럼] 민주당이 정말 해야 할 일

입력
2010.05.1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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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천안함 조사결과가 나온다. DNA처럼 직접적이고 확실하게 범행을 입증할 스모킹건(Smoking Gun)까지는 모르겠으되, 적어도 현재 추정되는 범인 외에 다른 가능성은 배제할 만한 근거들이 제시될 것이다.

범행동기와 능력, 정황, 동종범죄 전과 등으로 일찌감치 용의선에 올랐던 북한은 단편적으로 알려진 내용들만으로도 더 이상 혐의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자백이 아쉽긴 하지만 원래 자백의 증거능력도 제한적인 데다, 과거 아웅산 테러나 KAL기 폭파 등으로 백수십 명을 살해하고도 발뺌했던 그들의 전력으로 미뤄 기대할 일도 아니다.

천안함 이후 방향 잘못 잡아

그럼 이제 어지러운 논란은 정리가 될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진 않을 것이다. 믿기 싫고, 믿지 않기로 작정한 이들에게는 어떤 증거도 무의미할뿐더러, 도리어 조사결과가 새로운 의혹을 생산해내는 재료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최고 수준의 민간학자가 조사를 지휘했든, 국제적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든 상관이 없다. 우리의 분열과 적대의 문화 속에 객관적 실체나 팩트(Fact), 상식은 애당초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천안함을 보는 시각 역시 처음부터 누구에게 더 득이 되고, 해가 될지의 판단에 따라 무한정 평행선을 달리게 돼 있었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전개양상과 관련해 키를 쥔 것은 정부가 아니라 거꾸로 야당, 특히 민주당이다. 사건 직후 민주당은 근거 없는 휴대폰 통화시간에 흥분한 것을 시작으로 피로파괴니, 좌초니, 미군 오폭설이니 하는 세간의 주장과 의혹을 별 확인노력도 없이 그대로 전해 날랐다. 무조건 시선을 아군의 과실에 고정시킨 것이다.

황당한 사례는 다 들 수 없을 정도다. 생존장병들의 기자회견을 "짜맞춘 것 같다"고 했다가 국방장관에게서 "58명 입을 맞추는 것은 무의미하고 가능하지도 않다"는 반박을 들었고, 미 대사와 연합사령관의 당연한 현장ㆍ빈소 방문까지도 의혹의 소재로 삼았다. 심지어 한 원로의원은 아예 북한이 무관함을 단정 짓고는 생존장병들의 붕대조차 "환자처럼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그러던 민주당이 발표가 임박하면서 슬그머니 안보 책임론, 대북정책 실패론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여전히 가장 큰 책임을 가해자가 아닌, 우리 스스로에 돌리고 있다는 점에서 당초 시각과 크게 다를 것도 없다. 앞뒤가 전도된 이런 인식은 아무리 봐도 국정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거대공당의 위상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세종시, 4대강, 공권력의 부패 등 회심의 선거이슈들이 백령도의 파도에 함께 휩쓸려간 것을 보는 민주당의 답답한 심정을 이해 못할 건 아니다. 오죽하면 조속한 진상 규명을 그토록 외쳐대다가 정작 발표날짜가 정해진 뒤에는 선거 후로 발표를 늦추라고 요구할까. 그러나 이 역시 하필 선거를 앞둔 이 중차대한 시기에 무모한 짓을 저지른 가해자부터 먼저 원망할 일이다.

북풍 뒤의 광풍을 경계해야

이미 북풍(北風)은 불었다. 국가안보에 예민한 국민정서상 당분간 이 바람을 잠재우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어차피 부는 북풍을 관리하면서 혹 있을 수 있는 후속광풍을 차단하는 것이다. 북한의 책임을 똑같이 강도 높게 묻되, 강경보수세력이 안으로 권위주의적 통제 명분을 강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밖으로는 북한에 대한 적절한 제재수단을 조율하는 일이 그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실체, 국가안보의 엄중함에 대해선 일반의 상식적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전제다.

대북관계에서 민주당의 존재가치는 북한을 다루는 방법론의 차이에 있다. 북한의 명백한 잘못조차 외면하는 것은 북한을 마치 정치적 파트너처럼 보이게 할 우려마저 있다. 모두가 북풍에 정신 못 차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 정부가 분위기에 휩쓸려 퇴로조차 완전히 막아버리는 정책을 선택할 경우 이는 자칫 또 다른 안보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처음 선택을 잘못한 민주당이 이제라도 주시해야 할 곳이 바로 이 방향이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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