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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과거 틀에 갇힌 '알파걸' 신데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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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과거 틀에 갇힌 '알파걸' 신데렐라

입력
2010.05.1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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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신데렐라 언니'의 은조(문근영)와 효선(서우)은 어머니 강숙(이미숙)을 둘로 나눈 듯하다. 강숙의 친딸 은조는 그의 영리한 머리를 닮았고, 강숙이 재혼한 대성(김갑수)의 친딸 효선은 남자에게 사랑받는 강숙의 여성적인 매력을 가졌다.

하지만 은조는 "뜯어먹을 게 많은" 남자들을 전전했던 강숙을 벗어나려 하고, 효선은 강숙처럼 남자를 이용하지 않는다. 두 여자는 강숙과 닮았지만, 그의 인생을 반복하지는 않는다. 은조는 똑똑한 두뇌로 대성이 만든 막걸리의 맛을 부활시키고, 효선은 자신의 매력을 활용해 사업 협상에 능력을 발휘한다.

남자에게 의존한다는 점에서 진짜 신데렐라는 강숙이었고, 딸 세대는 그래야 먹고 살 수 있던 그의 한계를 극복한다. '신데렐라 언니'가 신데렐라가 나오던 트렌디 드라마와 다른 건 주인공이 신데렐라 언니여서가 아니라, 아예 신데렐라가 없기 때문이다. 신데렐라는 없고, 대립하던 두 여자는 연대하며, 아들이 아닌 딸이 아버지의 가업을 잇는다. 그리하여 모든 여자들은 신데렐라와 신데렐라 언니로 나뉘는 대신 각자의 내면을 인정받는다.

은조가 공격적이던 것은 강숙에게 받은 상처 때문이었고, 걱정 없이 사는 것 같았던 효선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살지에 대해 고민한다. 살기 위해 남자 마음을 얻어야 했던 강숙의 인생에도 피곤함이 묻어난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통해서가 아니라 아버지의 가르침으로부터 자신의 한계를 극복한다. 은조는 대성의 깊은 부정을 느낀 뒤에야 효선과 화해하고, 효선은 대성이 죽자 자립할 결심을 한다. 그리고 이런 깨달음은 대부분 강숙이 발견한 대성의 비밀일기처럼 우연의 산물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신데렐라 언니'의 사건들은 등장인물의 중요한 대화를 누군가 엿듣거나, 은조와 효선이 사랑하는 기훈(천정명)의 배다른 형이 꾸민 계략을 통해 벌어진다. 드라마는 점점 뻔한 트렌디 드라마와 닮아가고, 은조와 효선이 세상과 부딪치며 성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이야기는 사라진다. 그나마 남은 건 캐릭터가 독백하듯 쏟아내는 대사들에 담긴 절절한 감정뿐이다.

그래서 '신데렐라 언니'는 알파걸 시대에 변신하고픈 옛 트렌디 드라마처럼 보인다. 어머니와는 다르게 사는 지금 여성의 모습을 담았지만, 과거의 틀은 깨지 못한다. 정신적으로는 절대적인 부성에, 형식적으로는 기존 트렌디 드라마의 구성에 의지한다. '신데렐라 언니'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이 최근 정체 상태에 있는 건 이런 한계 때문 아닐까. 은조처럼, '신데렐라 언니'도 한 발 더 나가려는 치열함이 필요하다.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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