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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으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된 류종춘씨/ "죽을 고비 넘겨가며 평생 모은 돈…다른 장애인 자립 돕고파"

입력
2010.05.19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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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엔 '나는 사람이 아니고 벌레보다 못하구나'라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3살 때 앓은 홍역 후유증으로 장애인(척추중증장애 2급)이 된 류종춘(65) 전 한국지체장애인협회 부회장은 어릴 적 생각을 하면 지금도 눈시울이 젖는다.

살면서 겪은 그 고통과 설움을 이겨낸 그가 18일 참 값지고 아름다운 무대에 섰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1998년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만든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의 28번째 회원이 된 것이다. 류씨는 18일 모금회를 찾아 1억원을 기부했다.

돈 값어치가 예전 같지 않다지만 그의 1억 원은 누구의 천만금보다 큰 돈이다. 평생 여행 한번 제대로 못 가고, 주말도 없이 일해 모은 돈이기 때문이다. 그는 죽을 고비도 여러 차례 넘겼다고 했다. "기차 안에서 물건 팔려고 짐칸에 뛰어오르다가 짚고 있던 목발이 부러져서 하마터면 큰일날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류씨는 장애 때문에 감수해야 했던 일상과 학업의 불편을 바로 그 장애의 육체와 이겨내겠다는 각오로 헤쳐나갔고, 1975년 명지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하지만 취직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는 취직을 포기하고 농사를 짓고, 목공 일도 배우며 자립의 길을 개척했다.

그러면서도 장애인 자활 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장애인끼리 협동해서 잘 살아보자'는 취지로 출범한 안동재활원 설립에 참여해 18년간 재활원에서 일했고, 이후 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장, 한국지체장애인협회 부회장 등으로 일하며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장애인을 돕는 활동으로 보폭을 넓혔다.

틈틈이 공부도 해나갔다. 2001년 성균관대 사회복지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서울 시내 25개 구청의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를 분석한 석사 학위 논문을 쓰기도 했다. "공부는 세상을 사는 지혜를 가져다 주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류씨의 기부금은 '장애인이 장애인을 돕는다'는 뜻을 담은 '나눔고리 장학기금'으로 조성돼 공동모금회가 저소득층 장애인 학자금 지원에 사용할 예정이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차별과 냉대 속에 평생을 산다는 건 매우 힘든 일입니다. 아픔의 시간을 극복하고 나니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게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는 이미 아름다운 인생의 주인공이었다.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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