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태국 시위 강제 진압/ 빈민층엔 '영웅' 중산층엔 '악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태국 시위 강제 진압/ 빈민층엔 '영웅' 중산층엔 '악한'

입력
2010.05.19 08:30
0 0

탁신 칫나왓 전 태국 총리는 빈민들에게는 '영웅'이지만, 태국의 집권 세력에게는 '정치욕에 사로잡힌 악한'으로 통한다. 태국에서는 탁신에 대한 '호불호(好不好)'가 정치적 정체성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현 아피싯 웨차치와 태국 총리는 지난 해부터 지속돼온 시위사태를 탁신 개인의 문제로 축소시키며 그를 '악마화'하는 전략을 펴왔다. "한 개인을 위해 태국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지 말라"는 광고를 내보냈고, 시위 비용을 대준 것도 탁신이라고 주장했다. 탁신이 몇 주전까지 두바이 등 해외에서 조국 지지자들에게 매일 비디오 연설을 발표해온 것도, 시위대 사주로 보고 있다. 시위자들을 총격으로 사살하면서도, 그 책임을 탁신에게 돌렸다. 탁신의 개입으로 시위대와의 평화협상이 진척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탁신은 19일"협상을 반대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평화적 협상을 지지하고 촉구하는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태국 정부가 반정부 시위대인 '레드셔츠'를 테러리스트로 몰아가면서 자신을 그 지도자로 칭한 것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탁신의 부패 혐의도 의견이 분분하다. 탁신은 부정축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원래 거대 통신업체를 운영한 억만장자 출신이었기 때문에 재판 과정에 대해 지지자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탁신은 막대한 부를 가졌으면서도 정치적으로 서민층과 빈민을 지원하는 정책을 폈다. 정치·사회적으로 소외돼 온 도시노동자와 빈민들은 탁식집권 시절 무상교육·의료혜택 확대, 저금리 융자 등의 지원을 받으며 처음으로 정치권 정체성에 눈떴다. 그러나 탁신이 쫓겨나고 총선없이 의회선출로 중산층 성향의 새정부가 들어서자 시위에 나섰다. 탁신 정부에서 부장관으로 일했던 챠투론 챠이셍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탁신이 반정부 운동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한 개인으로서 그런 것은 아니다"며 "만약 이번 사태의 방정식에서 탁신을 제거한다고 해도,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시위 진압을 비교해 보면, 어쩌면 향후 태국의 역사에서 진짜 '악한'으로 기억될 사람은 자국민을 상대로 최악의 유혈진압을 강행한 현 아피싯 총리일지도 모른다. 탁신은 2006년 쿠데타로 쫓겨났다가 2007년 총선에서 다시 승리해 재집권했는데, 당시 중산층ㆍ엘리트 계층 시위대인 '옐로셔츠'가 정부청사와 공항까지 점거하며 퇴진을 요구했다. 그때 시위를 계기로 탁신의 정당은 결국 권력을 내줬지만, 이번과 같은 유혈 진압은 없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