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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탁구대표 당예서·석하정/ 눈물로 딴 태극마크 "메달 꼭 따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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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탁구대표 당예서·석하정/ 눈물로 딴 태극마크 "메달 꼭 따야죠"

입력
2010.05.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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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4월16일. 당예서(29)와 석하정(25ㆍ이상 대한항공)은 이날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이들이 바로 중국에서 태극마크의 꿈을 안고 한국으로 입국한 날이다. 10대의 젊은 나이에 '청춘'을 걸고 내린 결단에는 후회가 없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둘은 나란히 목표였던 태극마크를 달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국의 말과 문화 등 모든 것에 익숙해진 이들을 17일 태릉선수촌에서 만나 여전히 끝나지 않은 꿈 이야기를 들어봤다.

9년 만에 이뤄진 동반 태극마크의 꿈

나란히 2010년 러시아 모스크바(5.23~30일) 세계탁구선수권에 출전하는 당예서와 석하정은 19일 출국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세계대회 첫 동반 출전이다. 하지만 이들이 다정히 태극마크를 달기까지는 수많은 밤을 눈물로 지새워야 했다. 3개월만 지나면 귀화할 수 있다는 시기는 점차 늘어나 3년, 5년 그리고 7년이 흐르게 됐다. 당예서는 "처음에는 3개월이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귀화하기까지 너무 오래 시간이 걸렸다. 지금도 그 때만 생각하면 눈물이 날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어린 나이에 모든 것을 버리고 한국행을 택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자 이들은 점점 초조해질 수 밖에 없었다. 석하정은 "매일 부모님과 통화하며 마음을 달랬지만 쉽지 않았다. 울지 않은 날이 없었을 정도"라고 고백했다. 당예서는 "연습만 하다가 어느덧 20대 중반이 되니 마음이 더욱 급해졌다. 아마 하정이보다는 내가 더 많이 울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8월 둘은 드디어 고대하던 귀화 시험을 나란히 통과했다. 당예서는 태극마크를 달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해 동메달을 따내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석하정도 지난해 1월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해 9년 만에 국가대표가 됐다.

진인사대천명

앞으로의 목표를 물어보니 둘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대뜸 외쳤다. 중국 출신이다 보니 '자신의 할 일은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진인사대천명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둘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대한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진 않았다. 당예서는 "바로 앞에 있는 세계선수권만 생각하고 있다. 하정이와 함께 처음으로 출전하는 대회를 잘 치르고 나서 뒷일은 생각할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석하정도 "오로지 가까운 목표에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올림픽에는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고 맞장구쳤다.

사실 목표는 밝히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메달 욕심이 간절하다. 석하정은 "국내랭킹이 4위다. 빨리 랭킹을 올려야 한다"라고 속내를 밝혔다. 올림픽 동메달을 땄던 당예서는 "아직 남은 대회가 많은 데…"라고 말 끝을 흐리며 눈빛으로 앞으로의 정진을 예고했다.

김치찌개 등 한국음식 요리법 배우고파

세계를 겨냥하고 있는 둘이지만 맞대결의 성적이 궁금했다. 당예서는 "하정이한테 많이 졌다. 4대6으로 밀린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석하정은 당예서의 '탁구열정'을 닮고 싶다고 고백했다. 석하정은 "예서 언니의 열정은 정말 놀랍다. 탁구 하나만 생각하고 매진하는 모습이 멋있다"고 말했다. 칭찬을 받은 당예서는 "하정이는 언제나 유쾌하게 탁구를 치고 같이 있는 사람까지 즐겁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고 응수했다.

세계선수권 이후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당예서는 "대회마다 항상 응원해주는 팬클럽분들을 위해 '팬미팅'을 하고 싶다.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이 있어 행복했는데 그 동안 표현을 못했다. 대한항공 선수들과 함께 따뜻한 자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당예서는 다음카페에 '당예서를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팬클럽이 있어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석하정은 "꼭 한국음식을 배우고 싶다. 김치찌개를 내 손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고 입맛을 다셨다. 간장게장을 가장 좋아한다는 석하정은 떡볶이를 비롯한 순대 등 가리는 게 없을 정도로 한국 식성을 갖게 됐다.

글·사진=김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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