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군합동조사단(합조단)이 천안함 침몰 원인을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규정한 것은 과학적 증거와 정황 증거를 종합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아직 보완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군은 천안함 절단면과 연돌, 침몰 해역에서 수거한 금속 파편 등에서 고성능폭약(RDX)을 찾아 성분 분석을 해왔다. 이 성분을 7년 전 군이 확보한 북한의 훈련용 어뢰와 비교해 성분이 서로 동일하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우연히 수거한 북한 훈련용 어뢰 한 발이 범인을 지목할 수 있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한 셈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군 관계자는 "화약 성분 비율이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100여개국의 화약 샘플을 확보해 비교 분석했다"고 밝혔지만 RDX는 폭약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물질이어서 제조 국가 등을 확정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결정적 증거는 어뢰의 파편에서 찾아야 한다. 군은 수거한 파편의 성분도 북한의 훈련용 어뢰의 재질과 일부 유사하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특히 어뢰가 중국이나 러시아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군 고위 관계자는 18일 "반드시 북한 어뢰가 아니어도 된다"고 말했다. 파편만으로는 북한의 소행으로 특정하기 곤란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과학적 증거를 보완할 정황 증거가 필수적이다. 어떤 경로로 서해 경계태세가 뚫렸는지를 찾는 작업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어뢰 명중률을 높이려면 5㎞ 이내에서 발사해야 하기 때문에 잠수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북한의 소행이라고 100%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여러 정황과 현실적 대치 상황 등을 고려해 봤을 때 북한 잠수정 이외에 다른 가능성은 생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군 당국이 천안함 침몰을 전후해 북한군의 통신감청을 정밀 분석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지만 모든 통신을 끊고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생명인 잠수정의 통신 내역을 포착했는지는 의문이다.
북 잠수정의 이동 경로를 밝히는 작업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군은 천안함 침몰 이후 현재까지 "확인된 북한군의 특이 동향은 없었다"는 설명을 반복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양국의 정보 공조를 통해 얼마나 성과가 있었는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한편 군이 외부 폭발로 유실된 가스터빈실의 잔해를 이미 발견하고도 인양을 미룬 점은 석연치 않다. 이 부분은 좌현 3.2m, 우현 9.9m로 작지 않은 크기임에도 군은 그간 "강력한 폭발 때문에 없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언급을 꺼려 왔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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