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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극단 학전 뮤지컬 '분홍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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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극단 학전 뮤지컬 '분홍병사'

입력
2010.05.1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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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세상은 참 너무 재미없고 시시해. 또 쩨쩨하고 유치해. 아 또 뭐더라. 참! 엄청 치사빵꾸야! 돈 얘기만 하다 갑자기 서로 싸워. 그걸 배우라고 1등만 하래."(삽입곡 '어른들 세상'에서)

'고추장 떡볶이' '모스키토' 등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온 극단 학전의 새 뮤지컬 '분홍병사'는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음악동화다. 아름다운 멜로디에 올라앉은 가사가 아이들은 웃게 만들고, 어른들 가슴엔 꽤나 아프게 와서 박힌다. 지금껏 외국 작품을 번역 아닌 번안을 해서 자신만의 색깔을 지켜온 학전의 김민기 대표는 이번에도 노래 위주의 프랑스 작품에 철학적 스토리를 덧댔다. '분홍병사'는 색깔 때문에 인기가 없는 장난감인데, 이 극의 상징적 존재다.

객석의 불이 꺼지면 게임기에 정신이 빠진 푸름이라는 어린이가 영업이 끝난 장난감 가게를 헤매고 있다. 이곳에서 백설공주, 로봇 등 여러 장난감을 만난 푸름이는 상상하는 대로 시공간을 이동하며 흥미진진한 모험을 떠난다. 팝업북을 연상시키는 무대는 에피소드에 맞게 수동으로 배경을 전환한다. 소극장의 소박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인상적인 장치다.

동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의 외피는 물론 어린이극이다. 그러나 장난감처럼 일회성 소비가 남발하는 상업주의를 비판하고, 아시아 어린이 노동착취 문제를 고발하는 점 등에서는 사뭇 진지하다. 그래서 어른이 즐기기에도 무리가 없다. 가령 "늘 싸우면서도 같이 가"라는 후렴구를 반복하는 '시계' 에피소드는 부지런히 움직이는 시계 분침에 남편을, 시침에 아내를 대입해 공감을 준다. 음악 또한 동요보다는 대중가요에 가까워 어른들에게 오히려 친숙하다. 대중가수들이 낸 동명 음반을 바탕으로 뮤지컬을 제작했기 때문이다.

극단은 '분홍병사'를 '어린왕자' 동화처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극장 작품으로 수정, 발전시키고 있다. 아직 메시지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점이 좀 불편하고 에피소드의 연결도 매끄럽지 않지만, 상업적인 교육체험극이 주를 이루는 아동극 시장에서 순수하게 보고 듣는 극의 맛을 살린 시도가 반갑다. 6월 27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 (02)763-8233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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