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에게 '계약유지율 100%'는 꿈의 수치다. 이는 자신을 통해 보험을 든 모든 계약자가 최초 1년 이상은 중도 해약하지 않았다는 뜻. 보험을 얼마나 많이 파느냐와는 별개로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얼마나 팔았는지를 따지는 척도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교보생명 지연숙(49) 보험설계사(FP)는 양과 질을 아우른 진정한 판매왕이다. 그는 올해 각 보험사의 연도대상 수상자 가운데서도 드물게 3년 연속 '13회차 계약유지율 100%'를 기록하고 있다. 2007~2009년 사이 지 설계사를 통해 새로 체결된 보험 236건 전부가 적어도 1년 이상(13개월)은 유지됐다는 얘기다.
1년도 어려운 기록을 3년이나 지속하는 비결은 뭘까. 지 설계사는 '억지로 든 보험은 절대 오래 가지 못한다'는 원칙을 지킨 결과라고 설명했다. 고객 스스로 필요성을 느낄 때까지 끊임없이 설명할 뿐, 절대 강요하거나 꾀지 않는다는 것. 설령 고객이 거액의 계약서에 서명했어도 상담 결과 즉흥적 가입이란 판단이 서면 보험료를 그 자리에서 돌려준 적도 여러 번이다. "누구나 어려움을 겪기 마련인데, 역경이 오면 반드시 불만스럽게 시작한 것부터 정리하더라"는 게 그의 경험담이다.
지 설계사의 이런 원칙은 뼈아픈 경험에서 나왔다. 그의 20년 설계사 생활은 2001년을 기점으로 나뉜다. 2001년 이전, 그는 출산휴직 1개월 만에 복직할 정도로 억척 설계사였다. 외환위기 직후 창구에 쏟아지던 해약신청도 그에겐 '노다지'로 보였다. 매달 10건이던 계약 목표를 99년부터 30건으로 늘려 잡은 지씨는 '하루에도 몇 조원이 몰린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동대문시장에 진출해 상인들의 보험계약을 싹쓸이했다.
반짝 호황에 월 수천만원짜리 계약도 많았다. 하지만 2001년 IT거품 붕괴 등으로 찾아온 불황에 해약이 늘었다. 여전히 실적은 최고였지만 65%까지 떨어진 유지율(최소 70% 이상이 수상 기준) 때문에 그는 그 해 판매왕을 놓쳤다. "내가 보험을 왜 팔아왔나하는 회의가 밀려왔고, 때마침 과로에 따른 어깨ㆍ무릎 연골 마모로 걷기조차 힘들어져 퇴직까지 결심했다"는 게 그의 회상이다.
2001년 '박수 치러' 참가한 연도대상 시상식에서 그는 다시 한번 힘을 얻는다. 당시 20년차 선배 설계사가 판매왕에 오르는 것을 보고 '나도 20년차엔 저 자리에 서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 때 지은 이메일 아이디가 'JYS-2010'. '2010년은 지연숙의 해'라는 뜻이다.
그 이후 지 설계사의 억척 근성에는 '고객 중심의 사고'가 더해졌다. 2007년에는 휴가중 사고로 얻은 목디스크까지 이겨내고 판매왕에 올랐고, 올 해 두번째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지 설계사는 요즘도 고객을 만나면 "훌륭한 분을 뵙게 돼 영광입니다"고 첫마디를 시작한다. "진심으로 대한 고객은 절대 떠나지 않는다"는 게 유지율 100% 보험왕의 지론이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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