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시화호 되지 않게 하솟. 새만금 되지 않게 하솟. 서천군 장항만 되지 않게 하솟." 전쟁과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 개발을 막기 위해 한국전쟁 참전병들과 여우, 들개, 너구리 등 야생동물들이 뭉쳤다. 작전명은 '땅굴 굴착 양동작전'. 서울에서 원산을 관통하도록 계획된 경원선을 지하철로 유도하는 땅굴을 파자는 것이다.
극단 목화가 한국전쟁 60년을 맞아 전쟁 중 목숨을 잃은 군인들을 기억하고, 청정지역인 비무장지대 개발을 경계하는 우화극 '내사랑 DMZ'를 6월 4~13일 국립극장 KB청소년 하늘극장에서 공연한다. 2002년 초연한 이 작품은 한국전쟁 참전 16개국 순회공연을 목표로 우선 올해 영국과 호주 공연을 확정했다.
막이 오르면, 비무장지대에서 살고 있는 염소, 노루 등 야생동물들은 곧 놓일 경원선이 삶의 터전을 파괴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DMZ 랜드다, 자연관광이다, 러브호텔, 갈치조림집 들어서믄… 고비사막 되버린다"는 황소의 말에 들개는 "사람은 사람말고 이길 재간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리고는 한국전쟁 당시 이곳에 뼈를 묻은 참전병들을 되살려 도움을 받자고 제안한다. 이때 동물들의 대사는 우리말의 묘미를 살린 3ㆍ4조로 노래하듯 흥겹게 흐른다. 극단이 전국을 누비며 오랫동안 채집해온 사투리도 섞인다.
갈대가 흐드러진 무대에서 갖가지 동물 모양의 모자를 쓴 배우들은 한국적 가락과 춤을 선보인다. 대본과 연출을 맡은 오태석씨는 "한국전쟁 당시 목숨 잃은 병사들의 죽음은 아직 완결되지 못했다"며 "당신들의 영혼과 육신이 자양이 되어 그 자리에 만물이 자생하고 있다는, 보은(報恩)의 정신이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했다"고 새 버전을 소개했다. (02)745-3966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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