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 구제역 발원지, 중국 눈치보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 구제역 발원지, 중국 눈치보나

입력
2010.05.18 12:52
0 0

구제역이 주춤해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올 들어 포천에서 강화, 김포, 그리고 충주와 청양까지 전국적 확산 양상을 보이다 최근 추가 발생 사례가 접수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구제역이 끝나도, 궁금증은 남아 있다. 도대체 구제역이 왜 발생한 것인지, 어렵사리 '청정국'지위를 얻자 말자 왜 이런 '후진국 가축 질병'을 겪게 됐는 지는 규명돼야 할 대목이다.

17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역학조사위원회)의 구제역 역학조사결과 발표는 그 해답을 주는 자리였다. 그런데 검역원의 설명은 영 개운치 못했다.

어느 정도 알려진 대로 이번 구제역의 발원지는 중국이다. 중국 노동자를 고용했거나(포천 사례), 축산농장주가 중국을 여행한 뒤(강화) 구제역이 발병하게 됐다는 게 정설이다. 검역원도 '유전적 상동성'같은 과학적 근거까지 제시하며, 이번 구제역 바이러스가 중국과 같은 것임을 사실상 확인해줬다.

하지만 검역원은 끝내 '중국'이란 말을 입에 올리지 못했다. 두리뭉실하게 '동북아'라고만 했다. "동북아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고", "동북아로 여행한 뒤"라는 식이었다.

이에 대해 검역원 관계자는 "국가적인 무엇이 있어서 이렇게 표현했다"며 양해를 구했다. '국가적인 무엇'이란 중국과의 외교적 관계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이후 그렇지 않아도 대중 관계가 미묘한 상황에서, 더 이상 중국을 자극해선 안 된다는 게 우리 정부의 판단인 모양이다. 실제로 정부는 2000년, 2002년 구제역 파동 당시에도 발원지를 중국이라고 언급했다가 거센 항의를 받은 경험이 있던 터라, 이번에 더욱 조심하는 눈치다.

그러나 이 때문에 구제역의 발원지를 모호하게 동북아로 지칭하는 것이 과연 구제역 예방에 도움이 될 지 의문이다. 구제역은 무엇보다 국민 안전의 문제다. 안전은 '팩트(사실)'그대로를 얘기할 때 비로소 확보될 수 있다. 국민 안전보다 더 중요한 외교 관계는 있을 수 없다.

정민승 경제부 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