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해외 비공식 대변인 노릇을 하는'김명철'을 소개한 적이 있다. 북한 사회과학원 박사라는 그는 서방 언론을 본떠 객관적 학자의 분석인 양 북한 입장을 선전하는 인물이다. 우리 언론은 더러 실존하는 재일동포로 보도했지만, 실체를 위장하는 것을 도와준 꼴이다. 그는 북한이 얽힌 중대사안마다 언뜻 정교한 논문 형식의 글을 서방 언론에 발표한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서도 5월 초 '평양은 천안함 침몰에 미국이 연루됐다고 본다'는 글을 내놓았다. 요지는 북한이 막강한 한미 해군 연합훈련에 참가한 천안함에 몰래 어뢰 공격을 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라는 것이다.
■ 그가 열거한 이유를 간추리면, 북한 잠수함은 야간에 한미 해군의 빈틈없는 대잠 경계망을 뚫고 은밀히 침투해 공격한 뒤 빠져 나올 스텔스 능력이 없다. 키 리졸브 연합훈련에는 첨단 이지스 함과 미 핵잠수함 및 한국의 214급 잠수함이 참가했다. 따라서 북한이 천안함을 격침했다는 주장은 한미 전쟁게임의 효용을 스스로 부인하는 셈이다. 그는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는 북한은 선제 도발을 하지 않는다고 전제, 천안함은 여러 정황에 비춰 한미 해군 함정이나 항공기 발사 어뢰에 맞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friendly fire'에 당했다는 것이다.
■ 그 증거로 한미 해군이 침몰 해역과 같은 얕은 바다용 어뢰를 보유한 사실을 들었다. 또 주한 미군사령관이 이례적으로 한주호 준위 유족을 조문, 극진히 위로한 사실을 지적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 몫인 핵안보정상회담 개최국을 한국에 준 것은 천안함 피해를 보상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비춰, 한국 정부가 딜레마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옛 기뢰 폭발로 결론짓는 것이라고 지레 예상한다. 그러나 정체를 끝내 숨기지는 않았다. 대북 군사보복을 한다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고, 미군이 개입하면 핵무기 사용도 불사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 선전적 주장을 길게 소개한 이유는 북한 소행일 개연성을 부정하는 우리사회의 잡다한 주장과 닮아서다. 그들을 친북으로 매도할 뜻은 없다. 그보다, 기뢰든 어뢰든 폭발 또는 피격 증거조차 외면한 채 좌초니 충돌이니 떠드는 이들은 북한의 위장 대변인보다 논리가 허술한 사실을 일깨우고 싶다. 이를테면 똑똑하다는 유시민 후보쯤 되면'수심 10m'라고 거짓말까지 하면서 엉뚱한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 비공식 북한 대변인보다 못한 논리로 세상을 현혹하려는 이들은 머리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쏭달쏭하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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