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의 화두는 글로벌경쟁력 강화로 모아진다. 세계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특성화 및 구조개혁을 통한 경쟁력 강화 움직임이 붐처럼 일고 있다. 3년 전 서울 소재 대학 중 처음으로 본교를 신도시(경기 용인 죽전지구)로 옮겨 '제2의 개교'를 이뤄낸 단국대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단국대는 글로벌경쟁력 외에 '로컬경쟁력' 강화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장호성 총장은 "대학이 소재한 지역 사회 발전에 먼저 기여하는 것이 상아탑의 존재 이유"라는 소신을 피력했다. '선(先) 로컬라이징(국내화의 완성), 후(後) 글로벌라이징(국제화)'이 대학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는 뜻이다.
장 총장은 또 여러 대학들의 문어발식 캠퍼스 확장 움직임도 경계했다. 캠퍼스 간 특성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 재정 지원을 받아내거나, 아니면 교세 확장의 명분으로 무분별하게 제3, 제 4 캠퍼스 확보에 나서는 것은 질적 수준 향상에 매달려야 할 고등교육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그는 "죽전ㆍ천안캠퍼스의 특성화가 마무리되는 2017년이면 단국대가 선두권 대학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_글로벌경쟁력 강화와 내실을 함께 기하는 것이 쉬운 일일까요.
"대학은 지역 사회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고 봐요. 해당 대학이 위치한 지역을 도외시하고 글로벌경쟁력 강화니, 국제화니, 이런 것만 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지역 사회에 대학이 제대로 역할과 기능을 해야 한다는 의미지요. 대학의 출발은 지역 사회 챙기기에서 시작돼야 해요. 글로벌경쟁력 강화는 그 다음 순위에 둬야 합니다."
_왜 그렇게 판단하는지요.
"미국 서부의 UC계열 주립대학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대부분이 명문 대학입니다. 이들 대학은 글로벌경쟁력만 보유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끊임없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지역 출신 학생들을 전형 때 우대하거나, 아니면 등록금을 다른 지역 출신 학생들과 차등화 해 저렴하게 받는 식이지요. 물론 지역 사회 발전에 보탬이 될 만한 연구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_단국대의 지역 사회 기여도는 어느 정도 인가요.
"교수와 교직원들을 독려하고 있어요. 틈나는 대로 교내 각종 모임 등을 통해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병원과 치과병원이 있는 장점을 활용해 의료봉사 활동도 꾸준히 벌이고 있어요."
장 총장은 단국대 치과병원을 죽전캠퍼스 인근에 8월 개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의료서비스의 일환이다. 수도권 지역에서 대학 치과병원 개원은 단국대가 처음이다. 그는 "치과 의료서비스 사각지대인 경기 북부지역에도 치과병원을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_캠퍼스 별 특성화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죽전캠퍼스는 IT(정보기술)ㆍCT(문화영상기술) 분야 특성화를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어요. 특히 죽전캠퍼스는 예술 및 체능계열 전공 학과와 미디어관련 학과가 적지 않아 CT분야의 선두주자가 될 인프라를 갖췄지요. 천안캠퍼스는 BT(생명기술) 분야 특성화에 매진하고 있어요. 2개 캠퍼스는 이런 특성화의 토대 위에 교육, 연구, 재정, 국제화, 그린캠퍼스, 사회공헌 등 6개 분야 로드맵을 구축해 실행에 들어갔습니다."
_약대 유치에 성공한 것은 어떤 의미로 봐야 할까요.
"특성화 추진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할까요. 머, 그런 셈이지요. 약대는 정원 25명 배정됐어요. 증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증원이 안되더라도)소수 인력을 잘 키워 내보낼 생각이에요. 약대가 없어 약사수급에 막대한 지장을 받던 충남 지역에 약사를 배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지요. 약대 신설이야말로 지역 사회 공헌의 단적인 사례라고 봐요."
장 총장은 약대 신설을 BT 분야 특성화의 종착역으로 여기는 듯 했다. 그만큼 애착이 커 보였다. 그는 약대에 선물을 주겠다고 했다. "약대 졸업생이 약국을 여는 등 창업할 경우 창업자금으로 1인당 5,00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설물 확충 등이 아닌 그야말로 알토란같은 '선물'인 것이다. 공대 교수 출신인 장 총장은 연구력 제고에도 남다른 의지를 갖고 있다.
-학교 예산으로 연구원을 3곳이나 만들었다면서요.
"연구개발( R&D) 분야 특성화를 위해 지난해 3월 죽전캠퍼스에 ITㆍCT 분야 2곳, 천안캠퍼스에 BT 분야 1곳의 선도연구원를 신설했어요. 죽전캠퍼스의 경우 정보통신융합기술연구원과 미디어콘텐츠연구원, 천안캠퍼스에 생명과학기술연구원을 개원했어요. 각 5억원씩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어요. 교수들이 내부적으로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어요."
_정부 지원이 필요한 연구분야가 아닌가요.
"정부가 지원해주기를 기다릴수만은 없는 일이지요. 어떻게보면 정부가 해야 할 연구를 대학이 '공짜로' 대신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지요."
_성과는 있나요.
"짧은 기간이지만 벌써 적지 않은 업적이 나타나고 있어요. 고무적인 일입니다. 생명과학기술연구원의 경우 34건, 60억원 규모의 외부 연구과제를 수주했어요. 미디어콘텐츠연구원도 5건에 22억원의 연구 과제를 따냈지요. 특히 외국 저명학술지에 18건의 논문이 게재되기도 했어요. 정보통합융합기술연구원도 연구과제 수주는 물론 SCI(과학논문인용색인)급 논문에 7건이 올랐어요."
장 총장은 학과 특성화와 3곳의 연구원의 활약에 기대를 거는 눈치였다. 그는 "특성화와 교수들의 연구활동이 빠르게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며 "2017년이면 국내 선두권 전공 분야 중 10개가 단국대 몫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_국제화에 부쩍 비중을 두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대학은 일단 내부적으로 튼실하고 건실해질 필요가 있어요. 이런 내실화와 함께 대학의 연구와 교육의 역량을 국제적 기준으로 향상시켜야 해요. 이렇게하려면 외국 대학과의 교류는 필수적입니다. 외국 유명 대학과의 학생 교류는 짧은 시간안에 성과 창출이 가능해요. 2년째 미국 오리건주립대에 전자공학과 학생들이 건너가 반도체소자 공정실험을 하고 있어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UC와 SC계열 6개대 총장과 교류협약을 지난달 체결했어요. 국제여름학교(서머스쿨)에 대한 호응도 폭발적입니다. 내년에는 국제학부 신설할 예정이에요. 국제경영학을 전공할 학생을 20명 정도 뽑습니다."
_국제화가 왜 중요한가요.
"국제경쟁력 강화가 대학의 발전 및 미래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이유 때문에 죽전캠퍼스 이전 후 최근 2년 동안 국제화 분야 활성화에 치중해왔어요. 양 캠퍼스에 한꺼번에 3,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최신 기숙사를 만든 것도 국제화를 겨냥한 것입니다. 국제여름학교 프로그램 차별화도 같은 맥락이지요.
그랬다. 장 총장은 '단국대'란 브랜드를 세계에 각인시키는 게 목표다. 죽전캠퍼스 이전 후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 국제화였다. 성과가 눈부시다. 세계 30개국 140개 대학 및 교육기관과 자매결연 또는 학술협정을 맺었다. 죽전 신캠퍼스 이전 초기 4명에 불과했던 외국인 교원은 3년 사이에 무려 14배(55명) 가까이 늘었다. 장 총장은 "2017년까지 전임교원의 7% 가량을 외국인 교수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교수들의 역할은 명확하다. 전공수업 영어강의를 통해 전공위주의 국제감각을 높여주고, 학생 개개인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전략이다.
_대학이 국제여름학교를 여는 것은 흔치 않은데요.
"다른 대학과 차별화 한 국제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단국대생은 물론 외국학생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요. 작년에 처음 외국인 학생 36명, 단국대생 283명이 참가했는데, 입소문을 탔는지 올해는 참가 신청 학생이 3배 가량 늘었어요. 외국학생은 90명, 단국대생은 850명이 신청했어요."
단국대가 운영하는 국제여름학교 프로그램은 모두 4개다. 잉글리쉬 빌리지, 아카데믹 프로그램, 한국어 및 문화 집중 프로그램, 리서치프로그램 등이다. 4개 프로그램이 연동돼 있다는 게 장 총장 설명이다. 잉글리쉬 빌리지는 학생 1명당 단국대생 3명을 팀으로 묶어 3주간 회화위주로 운영한다. 미국 UC계열 대학생들이 강사다. 아카데믹 프로그램은 영어 강의 계절학기다. 3주간 영어 강의를 마친 외국인학생들에게 동아시아 문명 등 21개 교양과목을 외국인 교수들이 영어로 강의한다.
_새 정부 들어 입시자율화는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보는 지요.
"사실 전 정부 때는 내신 위주 선발을 요구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입학사정관제 도입 등 많은 부분에서 대입자율화가 진척이 있다고 생각해요. 입학전형의 다양화에도 찬성합니다. 창의성과 잠재성 있는 학생을 가급적 많이 뽑아야 한다고 봐요. 그렇지만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100% 학생을 뽑는 것은 반대해요. 대학마다 평가시스템이 제대로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증 안 된 입학사정관제 만으로 모든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큽니다."
_정부가 너무 서두른다는 말씀인가요.
"입학사정관제로 뽑힌 학생들은 더욱 면밀하게 추적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어요. 졸업한 뒤 사회에 나갔을 경우 제대로 정착하는지도 파악해야 해요. 그래야 입학사정관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어요. 그렇게 하려면 호흡을 길게 해야 해요."
장 총장은 대입 3불(고교등급제ㆍ본고사ㆍ기여입학제 금지)정책 중 본고사는 일정 부분 부활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체 정원의 10% 정도는 대학이 출제하는 시험을 통해 선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수학능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점을 보완하는 측면에서도 본고사를 일부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 양태가 '빈익빈 부익부'로 흐르는 것을 경계했다.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모든 대학의 연구역량을 순위로 매겨 지원하는 것은 고등교육기관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조치라는 게 장 총장의 진단이다.
사진=김주영기자 will@hk.co.kr
인터뷰=김진각 정책사회부 부장대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