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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 상태 접어든 방콕

입력
2010.05.18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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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부터 엿새째 다시 격화해 온 태국 유혈 대치 국면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정부가 의회 중재안을 거부하면서 시위 사태의 조속한 해결이 불투명해졌다.

18일 AP통신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전날 상원이 추가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시위대(레드셔츠)와 정부 측에 제안한 상원 중재 협상안을 거부했다. 사팃 옹농태이 총리실 장관은 이날 "시위대가 먼저 자진 해산해야 현재의 상황이 해결될 수 있고 협상도 재개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는 항상 협상을 통한 사태해결을 지지해 왔다"며 "그러나 해외에 있는 사람의 개입으로 인해 협상이 두 차례나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사팃 장관이 거론한 인물은 레드셔츠의 실질적 지도자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날 오전 시위대 지도자인 나타웃 사이쿠아는 "인명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아무런 전제 조건 없이 상원의 중재 아래 협상에 임하기로 시위대 지도부가 합의했다"고 밝혔었다.

중요한 시점에 태국 정부가 협상 거부 방침을 밝힘으로써 상원 중재 협상에 대한 기대로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방콕 라차프라송 거리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특히 강제진압이 임박한 상황에서 제시된 상원 중재 협상안은 레드셔츠 측에 거의 유일한 기댈 언덕이었다는 점에서 정부의 거부는 '이번 기회를 통해 시위대를 꼭 해산시키겠다'는 강경한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또 휴전협상이 시작돼도 의회 해산 시기 등을 놓고 의견 차이가 커 시위대의 완전 철수 등 극적인 국면 전환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휴전협상이 거론되는 도중에도 정부는 방콕 시내 철도 시스템을 여전히 중단시킨 채 "주말까지 공휴일을 연장한다"고 공표한 것도 시위대 해산을 위한 강경태도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정부의 협상 거부 소식이 전해지자 라차프라송 거리에 고립된 시위대는 혼돈 양상을 보였다. 일부는 강제진압에 대한 우려로 반 나체로 행진하면서 비무장임을 강조하며 정부가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다른 편에서는 타이어에 불을 지르는 등 폭력적 반응도 나왔다. 또 다른 시위대 지도자인 웽 토지라카른은 "여전히 라차프라송은 레드셔츠가 차지할 능력이 있고, 음식은 충분하다"고 말해 저항을 계속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오전에도 시위지역 주변의 폭력행위는 계속돼 군경은 12세 소년 한 명을 방화 혐의로 긴급 체포했으며 방콕시내 딘댕 교차로 인근의 주택겸용 상가 건물들도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불탔다.

한편 유혈사태로 1주일 가까이 집안에서 공포에 떠는 방콕 시민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CNN은 "시민들은 외출 때 몇 백 미터도 가지 못해 경찰의 제지를 받고, 무슨 상황이 닥칠지 몰라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은 인질로 붙잡혀 있다는 기분에 휩싸여 있다"고 보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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