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민주공화국(콩고) 정부로부터 반정부세력으로 낙인 찍혀 수감생활을 하다가 탈옥해 한국으로 건너온 콩고인 부부가 법원의 구제로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콩고인 K씨는 10년 전 중국에서 돈을 벌고자 반 테러리즘에 관한 영화에서 테러리스트를 공격하는 특공대원으로 출연했다. 고국에서 접하기 어려운 경험이라고 생각한 K씨는 영화 촬영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러나 추억으로만 간직하고자 찍은 이 사진들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단초가 될지 알지 못했다.
영화촬영 후 K씨는 고향에 두고 온 연인 M씨를 만나고자 고국으로 돌아갔고, 마침내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다시 중국으로 가기 위해 2000년 5월 콩고 인질리 공항 출국심사대에 선 그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콩고 국가정보기관(ANR)이 그를 반정부단체 구성원이라며 붙잡은 것.
ANR은 군복을 입고 무장한 채 찍은 기념사진이 반군과 연계된 증거라며 갖은 고문과 협박을 했고, 결국 K씨는 최후의 방법으로 탈옥을 결심했다. 친척인 가톨릭 사제가 교도관을 매수한 덕분에 탈옥에 성공한 K씨는 중국을 거쳐 2002년 2월 한국에 당도하게 됐다. 그러나 부인 M씨는 여전히 콩고에 남아있었다. M씨는 남편이 ANR에 붙잡힌 뒤 친척들이 차례로 연행돼 고문을 당하고 일부는 숨지자 콩고의 수도원을 전전하며 3년간 숨어 지냈다. 그러다가 2003년 6월 천신만고 끝에 콩고를 탈출해 한국에 입국했다.
이들은 입국 후 섬유제조업 등에서 일하던 중 체류기간 만료 한 달 전인 2005년 4월 난민신청을 냈지만, 법무부는 "경제적 목적으로 체류하려 한다"며 불허 처분을 내렸다. 이들 부부는 결국 "고국으로 돌아가면 죽을 수도 있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 하종대)는 "콩고의 인권상황에 비춰볼 때 K씨 부부가 진술한 내용은 사실에 부합해 난민으로 인정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K씨는 한국의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콩고 대통령을 모욕했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콩고 법원의 궐석재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 받기까지 했다"며 "이들이 콩고로 송환되면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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