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중섭(1916~1956)의 유화 '황소'가 경매에 나온다. 이중섭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소 그림이 경매 시장에 출품되는 것은 처음이다. 추정가는 35억~45억원으로 매겨졌다.
서울옥션은 1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6월 경매에 부칠 '황소' 실물을 공개, "박수근의 '빨래터'를 넘어서는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빨래터'는 2007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45억2,000만원에 낙찰돼 역대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는데, 이후 위작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황소'는 어두운 배경에 한 마리의 소가 땅을 내딛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소를 소재로 한 이중섭의 유화는 10여 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삼성미술관 리움과 홍익대박물관 등이 소장하고 있다. '황소'는 교과서에 실려 익숙한 작품인 '흰소'(홍익대박물관 소장)와 비슷한 형태지만, 크기는 세로 35.3㎝ 가로 51.3㎝로 '흰소'(30x41.7㎝)보다 크다.
서울옥션은 '황소' 출품자가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박태헌(87)씨라고 밝혔다. 박씨는 1955년 미도파화랑에서 열린 이중섭 전에서 가족을 소재로 한 이중섭의 그림 3점을 구입했는데, 이후 이중섭이 자신의 가족에게 박씨가 구입한 작품을 선물하고 싶어해 '황소'와 교환했다는 것이다.
'황소'는 1972년 현대화랑에서 열린 이중섭 유작전에 딱 한 차례 출품된 후 38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황소'의 도판은 현대화랑 전시 때 나온 '이중섭작품집'과, 1979년 이중섭기념사업회가 발간한 도록에 실려있다. 서울옥션은 "'이중섭작품집'에 '통영에서 맨 먼저 그린 소'라는 설명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중섭이 통영에 머물던 1953년께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옥션 이학준 대표는 "이중섭의 소 그림이 시장에 나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인데 보존 상태도 좋다"며 "4월 초부터 소장자 인터뷰와 각종 기록, 자체 감정위원회를 통해 작품 검증을 마쳤다"고 말했다. 이중섭의 작품 중 지금까지 경매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것은 2008년 15억원에 낙찰된 '새와 애들'이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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