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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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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청송'

입력
2010.05.1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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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다 가도록 주부들의 얼굴이 펴지지 않는다. 껑충 뛰어오른 채소값이 요지부동이다. 배추 한 통에 5,000원은 보통이고, 7,000원씩 하는 곳도 있다. 2,000원이 넘던 애호박이 조금 내려 1,300원에 살 수 있지만 상치나 양파, 대파, 오이 등 서민 식탁에 빠뜨리기 힘든 채소값은 떨어질 줄 모른다. 유난히 봄이 늦었고, 지금도 해만 떨어지면 쌀쌀한 날씨 탓이다. 봄철의 입맛을 돋우는 산나물도 여파에 휘말렸다. 일주일 전 강원도 깊은 산의 두릅나무에 이제 겨우 순이 돋는 것을 보고 냉춘(冷春)의 심각성을 절감했다.

■ 두릅은 봄철 산나물의 왕이다. 삶아서 말린 '묵나물'은 고사리나 다래 순 등이 서로 앞을 다투지만 살짝 데쳐서 먹는 계절 산나물로는 따로 견줄 게 없다. 쌉쌀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뒷맛과 향기를 남기는 산나물 보편의 미덕을 가진 데다 크고 살이 실해서 몇 그루만 가지를 훑으면 금세 바구니가 찬다. 씨눈을 가지째로 따서 온실에서 키운 '양식'두릅과 달리 나무에서 어른 손 크기 이상 자랐을 때 따는 '천연' 두릅은 그 맛이 예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첫 순을 딴 후 다시 돋은 순도 그리 뒤지지 않는다.

■ 예년 같으면 다시 돋은 '끝물 두릅'이 나돌 때인데, 이제 겨우 '맏물'이 돋으니, 아무리 골짜기라도 너무 늦다. 마음이 급해서 덜 자란 순까지 꺾어 따다 보니, 상품성이 낮고 양도 적다. 산지 곳곳의 두릅 값이 뛰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맛은 두릅과 흡사하면서도 값은 싼 '음나무 순'수확이 근년 뚜렷이 늘어 두릅 애호가들에게 위안이 되고 있다. 흔히 '개두릅'이라 불리는 바람에 두릅을 '참두릅'으로 격상시킨 음나무는 어디 하나 버릴 게 없다. 꽃에서는 약용성분이 '마누카'보다 뛰어난 꿀을 얻고, 줄기는 가시오가피처럼 약재로 쓴다.

■ 순을 따려고 함부로 두릅나무에 손을 댔다가 가시에 찔려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같은 두릅나무과에 속한 음나무는 더욱 무서운 가시가 촘촘하게 박혀 있어 위험이 더하다. 1996년부터 가시 없는 음나무 변이체를 연구해 온 국립산림과학원이 올 봄에 안정적 육종기술을 확보한 신품종 '청송'은 이런 위험을 없앴다. 뽕잎처럼 편하게 '개두릅'을 딸 수 있으니 농촌의 일손을 크게 더는 것은 물론 빠른 보급 확대로 봄이면 서민 식탁에 개두릅이 오를 날이 머지 않았다. 품종 이름을 '청송'으로 못박아 '청양 고추'와 같은 종주권 다툼 가능성을 없앤 것도 잘했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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