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5시께 강원 정선군 강원랜드 직원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어제 큰 돈 당첨된 사람인데요”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해하지 못한 직원이 “누구요”라고 되묻자 그는 “어제 큰 잭팟 맞은…”이라고 답했다. 그제서야 직원은 상대가 누군지 알아차렸다. 15일 이 회사 카지노를 찾아 슈퍼 메가 잭팟 슬롯머신 게임을 즐기다가 사상 최대인 7억6,680만4,250원에 당첨된 안승필(60)씨였다.
그런데 안씨 믿지 못할 얘기를 했다. 당첨금 전액을 기부해도 되냐는 것이었다. 2000년 말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강원랜드 카지노 개장 이후 당첨금을 기부하겠다고 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 얘기를 듣고서도 직원은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안씨는 약속한 대로 다음 날 오전 9시께 강원랜드를 방문해 기부 의사를 다시 밝혔다.
그는 “예상하지도 못했던 거액 잭팟에 당첨되고 나서 불우 이웃 돕기 등 많은 생각을 했으나 한 과학 교수가 과학 발전이 중요하다고 했던 방송이 생각나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음에는 당첨금으로 남은 부채를 정리할까 생각도 했지만 빚은 열심히 일하면서 많이 갚았고 앞으로 모두 갚을 수 있고 해서 어제 가족에게 동의를 구했다”고 덧붙였다. 직원 6, 7명 규모의 면직물 사업을 하는 그는 1997년 외환 위기로 한때 40억원대에 이르는 빚을 졌고 아직도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남은 빚을 다 갚고 사업을 정리하면 다시 한번 과학 발전을 위해 기부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강원랜드는 행운의 손이자 아름다운 그의 손을 핸드 페인팅으로 제작해 카지노 영업장에 영구 전시키로 했다.
정선=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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