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취미로 한강 시민공원에서 자전거를 자주 타는 대기업의 심재우(40) 차장. 그는 최근 7년간 몰던 준중형 차를 팔고 기아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포티지R을 계약했다. 당초에는 쏘나타와 뉴SM5를 놓고 고민했다. 하지만 차에 자전거를 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터당 15㎞를 넘는 스포티지R의 연비도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전면은 단단해 보이면서도 후면은 부드러워 보이는 디자인도 눈에 꽂혔다. 김과장은 “SUV하면 왠지 교외를 달리고 이미지가 떠오른다”며 “주5일제가 정착돼 출퇴근과 취미 생활을 모두 만족시키는 SUV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현대ㆍ기아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절대 강자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무기는 신차다. 쏘렌토R, 투싼ix에 이어 최근 스포티지R까지 가세했다. 특히 현대ㆍ기아차는 각각 현대차(투싼ix)와 기아차(스포티지R)로 서로 경쟁하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경쟁사들은 SUV신차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쌍용차가 8월 코란도C, GM대우가 연말께 윈스톰 후속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당분간 현대ㆍ기아차의 독주가 예상된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1월부터 4월까지 현대ㆍ기아차의 국내 SUV 시장점유율은 86%를 차지했다. 역대 최고다. 2007~2008년에 60%대였다. GM대우의 윈스톰, 르노삼성의 QM5 등 만만치 않은 경쟁 상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경쟁사들이 새 모델을 출시하지 못했다. 하지만 현대ㆍ기아차는 성능과 디자인을 혁신적으로 바꾼 신 모델로 그야말로 시장을 융단폭격 하고있다.
지난 3월 출시한 스포티지R은 SUV중에서도 안전성, 미니밴의 공간 활용성을 강조한 ‘진보적 도시형 CUV(Crossover Utility Vehicle)’를 표방하고 있다. 스포티지R은 기아차 스포티지 시리즈가 6년만에 다시 태어난 것. 최근 기아차 SUV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고성능R 엔진이 장착됐다. 쏘렌토R과 함께 기아차 SUV의 쌍두마차로 R은 혁명, 혁신(Revolution)을 의미한다.
스포티지R은 디자인과 성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SUV라는 평가다. 기아차의 패밀리룩을 반영한 앞면과 헤드 램프가 강인한 인상을 준다. 또 풍만한 뒷부분은 안정감을 준다는 평가다. 뛰어난 연비는 SUV는 기름을 많이 먹는다는 통설을 완전히 뒤집었다. 디젤 2.0 R엔진은 최고출력 184마력에 연비가 리터당 15.6㎞(2WD, 자동변속기 기준)나 된다. 쎄타Ⅱ 2.0 엔진을 장착한 가솔린 모델도 최고출력 166마력, 연비가 리터당 12.1㎞(2WD, 자동변속기 기준)나 된다. 웬만한 2,000㏄중형차보다 좋다.
각종 사양도 세단급 이상이다. 안전사양으로는 급선회 등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차체자세제어장치(VDC)와 그리고 경사로 밀림 방지 장치가 전 모델에 기본 장착됐다. 후방차량과의 추돌사고를 예방하는 급제동 경보시스템(ESS),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 사이드와 커튼 에어백도 탑재됐다. 가격은 디젤 2WD 모델이 1,990만~2,820만원이다.
연비 등 주요 성능면에서 투싼ix는 스포티지R과 차이가 없다. 엔진 등 주요 부분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다만, 전장은 스포티지R이 4,440㎜로 투싼ix보다 30㎜ 길다. 전폭 역시 스포티지R이 1,855㎜로 투싼ix보다 35㎜넓다. 반면 전고는 투싼ix가 1,655㎜로 스포티지R 보다 20㎜가 더 높다.
투싼ix는 지난해 8월 선을 보인 뒤 스포티지R 출시에 맞춰 2011년형을 4월부터 내놓고 있다. 기존 모델에 운전적 통풍시트 등 기능을 추가하고 도어핸들에 크롬을 입혀 분위기가 한층 고급스럽다는 게 업체측 설명이다. 가격은 2WD 기준으로 투싼ix가 1,980만~2,791만원으로 1,990만~2,820만원인 스포티지R보다 30만원 가량 낮다.
현대ㆍ기아차에 맞서 쌍용차는 프로젝트명 C200의 명칭을 코란도C로 확정했다. 코란도의 영광 재현을 목표로 8월 출시를 목표로 마무리 작업 중이다. GM대우는 윈스톰 후속모델을 올해 말쯤 시장에 내놓는다. 두 차종의 출시는 현대ㆍ기아차의 독주에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밖에 르노삼성은 QM5의 수출에 주력하면서 부분변경 모델의 출시시기를 확정할 방침이다.
업계 전문가는 “최근 SUV 시장에서 현대ㆍ기아차가 독주할 수 있는 것은 지난해와 같은 불황기에 신차를 내놓을 수 있는 저력에 기인한다”며 “이르면 내년께 현대차의 싼타페 후속모델이 나올 예정이어서 당분간 강자의 위치를 공고하게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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