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살아 남아 남아공 땅을 밟는다.'
'허심(許心) '을 잡기 위한 국내파들의 마지막 생존경쟁이 '상암벌'을 뜨겁게 달궜다.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친선경기는 국내파들에게 마지막 시험무대였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 그 이상을 보여줘야 '허정무호'에 승선해 꿈의 무대를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20일께 최종 엔트리 23명을 확정하고 부상 등을 우려해 예비 멤버 3명을 더 데리고 가겠다는 것이 허 감독의 구상이다. 따라서 예비 엔트리 30명 가운데 4명은 짐을 싸 4년 뒤를 다시 기약해야 한다.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 윤곽은 그려졌고, 명암은 엇갈리는 분위기다. 12년 만에 월드컵 출전을 노리는 이동국을 비롯해 염기훈, 김재성 등이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허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최전방 투 스트라이커로 나선 이동국과 염기훈은 비록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활발한 몸 놀림을 선보이며 상대 문전을 휘저었다. 전반 37분 이동국은 박지성의 패스가 터치라인 쪽으로 흐르자 끝까지 달려가 볼을 살려 냈다. 예전 이동국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어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골 지역에 있던 염기훈이 솟구치며 헤딩슛을 시도했으나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 이동국은 후반 6분 이청용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땅볼 크로스를 몸을 날리며 슬라이딩 골로 연결했으나,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오른쪽 측면 날개 공격수로 나선 김재성은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공격의 물꼬를 텄고, 빠른 역습으로 나온 상대에게 강한 태클로 공격의 맥을 끊는 등 투지가 넘쳤다. 전반 31분 기성용이 오른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달려 들며 발을 갖다 댔지만 골대를 비켜 갔고, 후반 14분에는 오른 측면을 돌파한 뒤 문전을 향해 달려 들던 이동국에게 빠르게 강한 땅볼 크로스를 배달했다.
특히 후반 21분 이동국과 교체돼 그라운드에 나선 이승렬은 선제골을 터트리며 남아공행 청신호를 더욱 밝혔고, 부동의 수문장 이운재 대신 장갑을 낀 정성룡도 무실점 선방을 펼쳤다.
반면 수비수 황재원과 오범석 등은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허심'의 결단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후반 시작과 함께 조용형 대신 출전한 황재원은 16분과 19분 잇따라 볼을 뒤로 흘리며 상대 공격수와 골키퍼의 1대 1 찬스를 허용하는 등 수비 불안을 드러냈다. 오범석도 전반 33분 수비 진영에서 볼을 돌리다 빼앗겨 팬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이와 함께 조원희, 김형일, 김치우 등 남은 국내파들도 이날 허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해 애를 태워야 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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