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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스포츠와 함께 뛴다] (1) 월드컵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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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스포츠와 함께 뛴다] (1) 월드컵을 향해

입력
2010.05.1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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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월드컵 휘슬이 울렸다, 기업들 출격!

2010년은 '스포츠의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월 밴쿠버 동계 올림픽을 시작으로 다음달에 개최되는 남아공 월드컵 대회, 10월 예정인 포뮬라원(F1) 코리아 그랑프리 자동차 경주 대회, 11월 막을 올릴 광저우 아시안 게임까지 세계인의 눈과 귀를 집중시킬 세계 대회들이 잇따라 열린다. 이에 따라 올해는 스포츠 마케팅의 진검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특히 남아공 월드컵과 아시안 게임은 4년만에 돌아오는 행사여서 기업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5회에 걸쳐 스포츠 마케팅의 경제학과 우리 기업들의 움직임을 짚어 본다.

"김 과장, 국제축구연맹(FIFA) 본부에 연락해서 월드컵 공식구호 승인 여부 다시 한번 확인해 주세요. 이 대리는 브라질 상파울루 당국과 '현대 팬파크(길거리 응원전) 행사' 주변 치안 상태 점검해 주고요."(이호석 차장)

13일 오후 9시 서울 양재동 현대ㆍ기아차 본사 18층 글로벌 영업본부에선 늦은 시간에도불구하고 긴장감이 팽팽하게 느껴졌다. 국내 유일의 FIFA 파트너인 현대ㆍ기아차의 월드컵 종합상황실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물론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대ㆍ기아차의 월드컵 마케팅 상황을 실시간 점검하며 총괄하는 곳. 이 차장은 "월드컵은 전세계인을 상대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4년에 한번 오는 기회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비상 체제에 돌입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월드컵의 휘슬이 울렸다. 아직 개막일까지 20여일이 남았지만 마케팅에 월드컵을 활용하기 위한 기업들의 각축전은 이미 시작됐다. 월드컵은 올림픽을 능가하는 지구촌 최대 스포츠 경기로, 기업들에게는 상품 판매를 늘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FIFA의 공식 파트너인 현대ㆍ기아차를 비롯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대부분의 대기업이 국내 경쟁 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과 또 다른 월드컵 대전을 치르는 셈이다.

월드컵의 광고 효과는 축구라는 마법에서 기인한다. 90분 경기가 열리는 동안 축구는 어떤 종목보다 관람객과 시청자의 몰입도가 높다. 광고를 피하기 위해서 채널을 돌리는 일도 적다. 경기장에 설치한 광고가 그대로 기업의 브랜드 노출 효과로 이어지는 배경이다. 특히 여성과 중ㆍ장년층은 물론 미래의 고객인 청소년까지도 잠재 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

이번 월드컵의 시청자는 한달여간 모두 400억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독일 월드컵 때는 지구촌 320억명의 눈과 귀를 붙잡았다. 베이징 올림픽이 17일 동안 올림픽 역대 최고인 47억명의 시청자를 사로 잡은 것을 감안하면 월드컵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월드컵 효과를 톡톡히 본 사례로는 94년 미국 월드컵에서 FIFA의 공식 파트너인 필립스가 꼽힌다. 유럽 브랜드인 필립스는 경기전 미국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50%에 불과했으나 월드컵이 끝난 뒤에는 95%로 급상승했다.

이같은 효과를 일찌감치 알아챈 곳이 바로 현대ㆍ기아차다. 1999년 유럽축구연맹(UEFA)의 유로 2000을 시작으로 2002년 한ㆍ일 월드컵, 2006년 독일 월드컵을 공식 후원했다. 또 유로 2012, 2016 그리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이미 후원 계약을 마쳤다.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현대ㆍ기아차는 월드컵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당시 경기장에 설치한 현대차 광고는 경기당 평균 12분51초가 노출됐고 대형 전광판에도 총 192회나 나왔다. 이에 따른 브랜드 노출 효과는 80억달러(한화 9조원)에 이른다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이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현대ㆍ기아차는 코카콜라, 소니 등 함께 FIFA의 공식 파트너로 선정됐다. FIFA는 후원업체를 권한에 따라 '공식 파트너', '스폰서', '내셔널 파트너'로 분류해 후원 수준에 따라 독점적 지위를 차등, 보장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이번 남아공 월드컵을 계기로 글로벌 자동차 업체로 브랜드 이미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전 세계인을 상대로 '현대 팬파크(길거리 응원) 행사', 온라인 축구게임, 게임 별 최고 축구팬 선정 등 다양한 이벤트를 펼칠 예정이다. 최근에는 김연아 선수와 아이돌 그룹 '빅뱅', '트랜스픽션'이 부른 응원가 '승리의 함성'도 공개됐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유럽과 남미에서는 월드컵 효과가 상상을 초월한다"며 "국내에서도 우리 대표팀이 16강만 올라주면 그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 잘 키운 스포츠 마케팅 해외 현지법인에 맞먹는다

'기업들은 왜 스포츠 마케팅에 사활을 거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광고 효과 때문이다. 스포츠 행사는 관람객과 시청자의 주목도가 높아 광고 효과의 질이 높다. 실제로 밴쿠버 동계 올림픽의 경우 김연아 선수의 피겨 스케이팅 결승전을 비롯 우리 선수들이 메달을 딸 때 마다 선수와 함께 가장 주목 받은 것이 바로 올림픽 대회 공식 후원업체인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경기 전후로 김 선수를 모델로 기용한 광고를 집중적으로 내보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동계 올림픽 기간 대형 화면의 발광다이오드(LED) TV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며 "월드컵 대회는 3D TV 판매를 늘릴 수 있는 호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스포츠엔 국경도, 인종도, 차별도 없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기업들의 경우 다른 무엇보다 스포츠를 매개로 한 홍보가 유효할 수 밖에 없다. 스포츠 마케팅 하나만 잘 해도 해외 현지 법인을 하나 세운 것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 때문에 LG는 지역별로 인기있는 종목들을 선정, 맞춤형 스포츠 마케팅을 펴고 있다. 2015년까지 세계 크리켓 대회를 후원하는 LG전자 관계자는 "크리켓은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영국, 인도, 호주, 남아공, 중동 국가들에서는 올림픽 못지않게 인기가 높다"고 밝혔다.

이처럼 스포츠 마케팅 효과가 크자, 공식 후원업체가 아닌 기업들은 이른바 '매복(ambush)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도 눈에 띈다. 공식 후원 업체가 아닌 경우 월드컵이나 올림픽이라는 단어조차 마음대로 쓸 수 없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 국가대표팀이나 선수를 후원하고 관련 행사들을 진행하는 '우회전술'을 펴는 것이다.

실제로 나이키는 단 한번도 FIFA를 공식 후원한 적은 없지만 각국 대표팀을 후원, 적잖은 마케팅 효과를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SK텔레콤의 '박수5번 응원', 최근 KT의 '황선홍 밴드'가 비슷한 사례다. 삼성전자가 박지성을 활용해 3D TV를 선전하고, 하나은행이 2022년 월드컵 유치 후원 정기예금 상품을 내놓은 것도 마찬가지이다.

한편 미디어 환경의 급변이 스포츠 마케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문과 TV 뿐 아니라 인터넷, 모바일, 인터넷TV(IPTV)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한 스포츠 마케팅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수많은 매체들 속에서 어떻게 차별화를 이뤄낼 것인 지가 앞으로 성공 스포츠 마케팅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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