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지표에 대한 시장 반응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의 4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지표가 모두 예상치를 상회하였지만, S&P500지수는 1.98% 하락했다. 경제지표의 개선보다는 그리스 및 남유럽 재정문제 해결 과정의 난항에 더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경제지표 서프라이즈'(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지표 값의 발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달라진 데에는 최근 몇 개월간 나타난 경지지표의 빠른 개선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는 시장 우려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 주요국 증시가 4월까지 가파르게 상승한 것은 바로 미국의 빠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덕분이었다. 또 이러한 기대감은 심리, 생산 및 소비 그리고 고용 등의 경제지표 서프라이즈를 통해 확신으로 굳어졌다.
그러나 경제지표 개선세는 차츰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일 발표된 미국의 4월 실업률은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3월과 비교하면 악화됐다. 소매판매 증가율(전년동기 대비)과 산업생산 증가율(전년 동기대비) 역시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상승하기는 어렵다. 경기 회복으로 절대 수준이 높아지면서 기저효과에 따른 증가율의 상승 현상이 차츰 줄어들기 때문이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는 2004년 5월 이후 최고점 수준에 근접해있어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되어 있다.
물론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믿음은 아직 있다. ISM제조업 지수도 경기 확장세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그러나 국내 증시는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 등 지표 개선의 '속도'에 반응하는 전형적인 모멘텀 시장의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개선세가 지속되는 것만이 아니라 개선 속도가 증가할 때 상승하게 된다.
결국 경기회복 속도에 대한 증시의 눈높이(투자자들의 과도한 기대치)가 낮아지는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지표 개선세가 증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력은 차츰 감소할 것이다. 유럽 국가들의 추가적인 신용등급 하향, 미국의 금융규제 움직임 등이 상당기간 증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경제지표의 개선 속도가 빠른 구간에서는 시장의 악재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지만 지표의 개선 속도가 감속하는 구간에서는 유럽 및 미국 등 해외 악재의 출현에 따라 시장이 크게 출렁이는 변동성 장세가 예상된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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