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후보 8명 난립…무능교사 퇴출·사교육 척결·전교조 등 쟁점
'교육 소(小)통령', '작은 교육부'의 주인은 누가 될 까. 연간 6조원이 넘는 예산을 주무르고 5만 명 이상의 교원 인사를 행사하는 막강한 자리인 서울시교육감 선거엔 모두 8명의 후보가 이름을 올렸다. 인사비리에 연루된 공정택 전 교육감이 영어(囹圄) 신세가 됐지만, 서울시교육감 자리에 대한 관심은 이와 무관했다.
보수쪽에선 바른교육국민연합이 우여곡절끝에 단일후보로 선출한 이원희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을 비롯해 남승희(전 서울시교육기획관)ㆍ김성동(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ㆍ김영숙(전 서울 덕성여중 교장)ㆍ이상진(서울시교육위원)ㆍ권영준(경희대 교수) 후보 등이 뛰어들었다. 남 후보와 김영숙 후보는 여성이다. 진보 진영에선 단일후보로 선정된 곽노현(한국방송통신대 교수) 후보와 박명기(서울시 교육위원) 후보가 각각 출마했다.
보수후보들의 공약은 대부분 정부 교육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측면이 강하다. 투표용지 게재 순서 추첨에서 1번을 뽑은 이원희 후보는 '교원평가를 통한 무능 교사 10% 단계적 퇴출'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고교 스타 교사 출신이기도 한 이 후보는 교총 회장 시절 교원평가제를 전격 수용한 것을 주요 업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덕성여중 교장 시절 방과후 학교를 통한 사교육 척결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던 김영숙 후보는 예상대로 사교육에 승부를 걸었다. 서울 지역의 모든 학교를 '사교육 없는 학교'로 만들기 위해 교육감으로 당선되면'사교육 제로 100일 실행본부'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영어교육을 공교육으로 풀어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엄마의 마음을 아는 후보'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남 후보는 보육과 급식 문제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초등학교는 연중 종일제 보육으로 맞벌이 부부의 부담을 덜어주고 친환경 식재료를 사용하는 '책임 급식'을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2008년 교육감선거에도 출마했던 김성동 후보는 교육비리 척결에 무게를 실었다. 공정한 인사 시스템 도입, 질 높은 무상급식, 학부모 참여교실과 교육행정 업무의 청렴화와 간소화 등이 주요 공약이다.
사안이 있을때마다 전교조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이상진 후보는 반(反) 전교조 표를 기대하는 눈치다. 그는 전교조 교사의 정치활동 근절을 핵심 공약으로 내놓아 주목을 받고 있다.
곽노현 후보는 진보 진영의 단일후보 임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그는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 특수목적고의 학생선발권 제한을 통한 입시 사교육 절감 등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다.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출신으로 0교시 수업과 강제야간자율학습 등을 금지하는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서울교대 교수인 박명기 후보는 학부모의 학교 운영 참여에 관심이 많다. 교장임용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 학부모들이 직접 선출토록 하고 학교 예산 수립에도 학부모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판세는 현재로선 안개속이다. 후보 난립 상황이지만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 막판에 사퇴 후보가 나오거나 재단일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말쯤 돼야 판세의 윤곽이 구체화 할 전망이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 경기, "무상급식" 한 목청… 보수 단일화 주목
경기도교육감 선거엔 모두 4명이 출마했다. 진보 쪽에선 김상곤 현 교육감이 일찌감치 단일 후보로 결정된 반면 보수 진영은 3명의 후보가 등록을 마친 상태에서 각개 전투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때문에 경기 지역 교육계에서는 "결집력에서 보수 진영이 밀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수성'을 노리는 김 후보는 한신대 교수 출신으로, 교수 시절 교수노조 활동에 적극적일 정도로 사회와 교육 문제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 지난해 직선 교육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김 후보의 최대 공약은 무상급식이다. 당선 뒤 줄곧 무상급식을 추진해 온 그는 이번 선거에서도 초·중학교 전면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확대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보수 진영에선 정진곤 후보와 강원춘 후보가 한만용 후보와 함께 등록을 끝냈다.
현 정부 들어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에 이어 청와대 교육과학수석을 역임한 정 후보는 서민층을 위한 무상교육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른바 서민층 붙잡기에 나선 것이다. 학생들의 능력과 창의성을 최대한 키우는 쪽으로 교육 시스템을 확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경기바른교육국민연합이 최근 반 전교조 도교육감 후보로 그를 결정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강 후보는 교사 출신이다. 성일여고 교사와 분당태원고 교장 등을 거쳤고,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을 지냈다. 지난해 도교육감 보궐선거에도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합리적 교원평가로 교원 역량과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지난해 선거에서 낙선한 한 후보도 재도전에 나섰다. 초등학교 교사를 지낸 그는 교권 확립 및 교사지원 정책 수립, 일부 과목 순회 교사제 도입 등을 약속하고 있다.
지난해 선거에서 김 후보에게 도교육감 자리를 내준 보수 진영은 후보단일화를 시도 중이다. 그러나 일부 후보는 다른 특정 후보를 겨냥해 '낙하산'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걸림돌도 적지 않다. 특히 정ㆍ강 후보는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원칙에 합의한뒤 협상을 하고 있지만 조사방법에 대해선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 보수 진영이 후보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도교육감 선거는 혼전이 될 수도 있다.
수원=김창훈기자 chkim@hk.co.kr
■ 인천, 진보 무상급식-보수 학력향상 화두로
교육감 선거의 격전지 중 하나는 인천이다. 무려 7명이 뛰어들어 수도권에선 서울(8명)과 거의 비슷하다. 진보 진영은 서울, 경기 처럼 단일후보를 추대해 역량을 결집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보수쪽은 6명의 후보가 한치 양보 없이 선거를 치르겠다는 태세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서울, 경기와 마찬가지로 보수 후보 단일화를 점치는 시각도 있다.
보수 후보는 교육과학기술부 관료 출신인 권진수 전 시교육감 권한대행과 나근형 전 시교육감이 일단 시선을 끌고 있다.
인천교대를 나온 권 후보는 5년간 초등학교 교단에 선 경험도 있다. 인천이 전국 최하위 학력을 보이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학력 인천'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보수 후보지만 초등학교 무상급식 공약을 선택했다.
서울대 사대 출신인 나 후보는 제물포초등교 교감, 부원중 교장 등을 지냈으며, 2005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시교육감을 역임했다. 그는 추락한 학력 향상을 강조하면서 학업성취목표 관리제 등 학력관리시스템 도입을 약속했다.
최진성ㆍ김실ㆍ유병태ㆍ조병옥 후보도 저마다 표심 잡기에 열중하고 있다. 1993년부터 7년 여간 강화교육장을 지낸 최 후보는 기본학력 완성과 학부모 지원센터 운영 등을 자신했다. 2002년부터 8년간 시 교육위원이었던 김 후보는 수준별 수업 및 수업 선택권 확대 등을 제시했으며, 역시 시 교육위원 출신인 유 후보는 학력 인센티브제 운영, 무상급식 현실화 등을 공약에 포함시켰다. 인천시교원단체총연합회장과 시 교육위원 등을 지낸 조 후보는 주 5일 수업제 전면 실시, 인천학력 전국 3위권 달성 등을 내걸었다.
진보 진영의 경우 이청연 전 인천시 교육위원이 단일 후보다. 이 후보는 서림초, 부평동초 등 인천 지역 초등학교에서 25년간 교편을 잡았다. 2001년부터 1년간 전교조 인천지부장을 지낸 경력도 있다.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 등을 앞세워 현 정부의 교육정책 심판을 벼르고 있다.
인천=김창훈기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