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동물의 몸 속에 미세한 로봇을 넣고 자유자재로 움직이게 하는 공상과학영화 같은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실현해냈다.
전남대 로봇연구소는 16일 "지름 1mm, 길이 5mm의 마이크로 로봇을 살아 있는 돼지의 혈관에 주입해 원하는 경로로 이동하게 하는데 성공했다"며 "지금까지 많은 과학자들이 생체 로봇을 연구해왔지만 실제 동물의 몸 안에 넣고 작동시킨 건 이번이 세계에서 처음"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살아 있는 돼지를 마취한 다음 혈관으로 마이크로 로봇을 주입했다. 미리 컴퓨터로 설정해둔 경로에 따라 마이크로 로봇이 이동하는 동안 X선 형광투시기를 이용해 움직임을 추적했다. 이 움직임은 3차원 화면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로봇이 혈관 속을 이동할 때 가장 큰 난관은 혈류와 혈압이다. 인체의 혈류 속도는 1초당 0∼666mm, 혈압은 70∼120mmHg 정도다. 이번 실험에 사용된 돼지도 이와 비슷하다. 문제는 혈류 속도와 혈압의 세기가 빠르고 불규칙적으로 변한다는 것. 박종오 전남대 로봇연구소장은 "혈류나 혈압이 강해지면 그에 따라 로봇을 작동시키는 전자장의 세기도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로봇의 위치를 정밀하게 제어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1초당 20∼30번 회전하는 마이크로 드릴도 함께 개발했다. 이를 혈관을 본떠 만든 혈관모사장치에 넣으면 막힌 부분을 골라 뚫게 된다. 박 소장은 "혈관 내에서 움직이는 마이크로 로봇과 막힌 혈관을 뚫는 마이크로 드릴을 통합해 이동과 치료 기능을 동시에 구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술은 심장에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히는 만성완전협착과 혈전을 치료하기 위해 2007년 9월 개발이 시작됐고, 현재 관련 특허 21건, 논문 20편이 나왔다. 2014년 6월까지 총 203억3,400만원이 투자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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