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것도 가능하죠. (Anything is possible)"
단독 요트항해로 세계일주에 성공한 열 여섯 살 소녀는 어떠한 도전도 겁나지 않는다는 듯 기염을 토했다. 주인공은 호주의 제시카 왓슨(Jessica Watson). 그는 지난해 10월 18일 시드니 항을 출발해 단 한번의 중간 기착도 없이 3대양, 3만8,000km를 돌았다. 비공인 최연소 세계일주 기록이다.
시드니모닝헤럴드 등 외신에 따르면 제시카는 분홍빛 요트 '엘라스 핑크 레이디(Ella's Pink Lady)'를 타고 뉴질랜드 북쪽 해상을 거쳐 피지와 사모아, 남아메리카, 남아프리카를 도는 여정을 마치고 15일(현지시각) 시드니에 건강한 모습으로 귀환해 가족과 감격의 포옹을 했다. 그는 다소 흥분된 듯 떨리는 목소리로 "너무 기쁘고 감격스러워요. 지금 이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어요"라며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이날 시드니항에는 마중 나온 수천명의 시민과 100여 척의 요트로 장관을 이뤘고, 하늘에서는 경비행기가 'JESSICA'를 아로새기며 그의 세계일주 성공을 축하했다.
사실 제시카의 세계일주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출발 당시 너무 어린 나이 탓에 가까스로 출항 허가를 받았고, 거리 부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세계일주 항로규정 상 적도를 건너 북태평양으로 올라갔다가 돌아와야 하지만 제시카는 남태평양만을 돌아 이를 어겼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이에 대해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나에겐 (세계일주가) 기록에 관한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제시카는 214일간 290개의 냉동건조식량, 스팸 32캔, 참치캔 64개, 파인애플 32캔, 초콜릿바 576개로 요트에서 홀로 버티며 망망대해에서 외로움을 이겨냈다. 케빈 러드 호주 총리는 이 겁 없는 소녀를 '호주의 새로운 영웅'이라고 치켜세웠으나 제시카는 그러나 "나는 그저 꿈을 쫓는 평범한 소녀일 뿐이다. 이번 경험으로 많이 성장했으며 이젠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