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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세계문학과 만나다] <6·끝> 프랑스 작가 마르크 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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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세계문학과 만나다] <6·끝> 프랑스 작가 마르크 레비

입력
2010.05.14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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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레비(49)는 프랑스 최고의 인기작가 중 한 사람이다.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로도 만들어진 첫 소설 (1999)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그는 발표작마다 50만부 안팎이 팔리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41개 국에 번역된 그의 소설은 독일에서 200만부 이상 팔리는 등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1,700만부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38세의 늦은 나이에 작품 활동을 시작하기 전까지 레비는 사업가였다. 파리대학교에서 컴퓨터를 전공하던 1983년 컴퓨터그래픽 회사를 설립, 일찌감치 경영에 수완을 보였고 1991년에는 컴퓨터를 활용한 건축설계 회사를 차려 큰 성공을 거뒀다.

이처럼 문학적 경력이 일천해 보이는 레비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것은 프랑스 문학, 나아가 유럽 문학의 새로운 경향을 예고하는 징후적 사건이었다. 불면증을 앓는 어린 아들을 달래주기 위해 썼다는 데뷔작엔 레비의 문학적 성공 요인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혼수 상태에 빠진 여자의 영혼과 그녀의 집에 이사 온 건축가의 사랑이라는 흥미로운 서사, 할리우드 영화를 닮은 빠른 장면 전환, 간결하고도 감각적인 문장 등이 그것이다.

16일까지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 참석차 방한한 레비를 지난 13일 도서전 행사장인 코엑스에서 만났다. 방한에 맞춰 그가 지난해 발표한 9번째 장편소설 (열림원 발행)도 출간됐다.

_<낮> 은 연인 사이인 천체물리학자와 고고학자가 우연히 얻게 된 목걸이 때문에 정체 모를 세력에게 쫓긴다는 내용의 모험소설이다. 또 우주와 인류의 기원을 탐구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아기자기한 연애소설이 주를 이뤘던 전작과는 많이 다른데.

"소설은 표현에 있어 어떤 물리적 제약도 받지 않는 예술이다. 그런 강점을 살려 소설가가 상상력의 최대치를 펼칠 수 있는 장르가 모험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우주의 기원이라는 큰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내 작품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내가 여전히 애정을 갖고 있는 것은 그 거대한 질문과 만나는 작은 존재들이다."

_ 소설을 쓸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뭔가.

"인물이다. 나는 소설에서 이야기보다 인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것은 결국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낮> 을 집필할 때 영향을 준 수많은 책과 영화 중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을 꼽으라면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다. 30년 전에 읽은 책이지만 그 등장인물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_ 당신은 두 가지 이상의 사건을 번갈아 전개하는 서술 방식을 자주 쓴다. 혹 영화의 교차편집 기법에서 영향을 받은 것인지? 또 당신의 소설은 철학적 요소가 강한 프랑스 문학의 전통에서 벗어나 있다는 지적도 많다.

"교차편집은 소설이 영화보다 먼저 시도했다. 예컨대 19세기 프랑스 작가인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이나 당시 영미소설에선 그런 교차 구조를 자주 볼 수 있다. 다른 작가들처럼 나 역시 영화보다 소설에 빚진 바가 크다. 다만 내가 이야기를 중시하고, 행여 독자들이 내 소설에 지루해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는 점 때문에 여느 프랑스 소설과는 달라 보이는 게 아닐까 싶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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