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휘두르는 금융개혁의 칼날이 '월가의 심장'을 똑바로 겨누기 시작했다. 13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뉴욕주 검찰이 골드만삭스에 이어 월가의 다른 대형 금융사들에도 사기혐의를 적용, 수사가 시작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더불어 이날 미 상원은 신용평가회사와 금융회사간 유착관계를 근절하는 금융개혁법 수정안을 채택했다.
14일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모건 스탠리와 함께 UBS, 씨티그룹, 크레디트스위스, 도이체방크, 크레디아그리콜, 메릴린치에도 최근 뉴욕주 검찰이 소환장을 발부하는 등 수사가 본격화 됐다. 더불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 무디스, 피치 등 신용평가회사들에도 은행들이 거짓정보를 제공해 금융상품의 신용도 인상을 유도했는지를 묻는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이들 은행이 받는 혐의는 골드만삭스의 경우와 비슷하다.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해 부채담보부증권(CDO)을 판매하며 투자자들을 오도했고, 시장 하락세 쪽에 돈을 걸어 이익을 올린 혐의다. 언론들은 은행은 물론, 문제가 된 금융상품의 신용도 평가 과정에도 비리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 당국이 신용평가회사도 수사선상에 올린 점을 들어 "워싱턴의 월가 압박이 절정에 달했다"고 평가했다. FT는 "주지사로 출마할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 검찰총장이 수사에 나선 점이 은행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상원은 13일 신용평가회사의 채권 평가 과정을 감독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산하 채권평가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신설토록 한 금융규제법 수정안을 찬성 64, 반대 35로 통과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 동안 금융회사들은 채권이나 금융상품을 출시하면서 직접 신용평가회사를 선택해 상품의 신용등급을 받아왔다. 때문에 신용평가회사는 금융회사의 수수료를 대가로 상품 신용도를 일정 정도 높여주는 게 관행이었다. 미 정가에선 이런 관행이 주택모기지증권의 부실을 양산, 2008년 금융위기의 불씨가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위원회가 구성되면 '수수료'와 이에 따른 반대급부인 '높은 신용도'로 맺어졌던 신용평가회사와 금융회사 간 공생관계는 사실상 무너진다. 수정안은 위원회가 신용평가회사들의 채권 등급평가 과정을 지켜보고, 매년 보고서를 발표토록 하고 있다. 또 위원회는 금융회사의 채권 발행 때 신용평가회사를 직접 주선해 주는 역할도 맡게 된다. 일종의 합법적 중개장치를 마련, 부당한 신용평가 가능성을 근절하겠다는 게 미 당국의 의지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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