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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일본 재정위기론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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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일본 재정위기론의 실상

입력
2010.05.1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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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발(發) 재정위기로 지구촌이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세계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막 벗어나려고 하는 시점에서 경제 위기의 뇌관이 민간에서 정부 쪽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이처럼 재정위기가 세계경제의 새로운 리스크로 부각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일본이다.

일본의 국가채무는 세계최고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0%가 넘는다. 최근 문제를 일으킨 그리스의 국가채무 비율이 100%를 조금 넘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준이다. 그래서 머지않아 일본이 재정파탄을 겪고, 세계경제를 또 한 차례 뒤흔들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재정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잃어버린 10년'이라 일컬어지는 1990년대의 불황극복을 위해 재정지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고령화로 연금, 의료비 지출이 확대된 것도 한 몫 했다.

하지만 지표상으로는 이렇게 열악한데도, 일본에서는 아직까지 재정위기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국가신용도 역시 국가채무비율이 40%도 안 되는 우리나라보다 높다.

게다가 국채수익률은 세계최저 수준이다. 사실 재정위기의 전조는 국채수익률 급등이다. 국채가 부도날 가능성이 커지면 투자자들은 리스크를 보상받기 위해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그래서 국채수익률이 올라간다. 그리스의 경우를 보더라도 지난해 12월 이후 국채수익률(10년 만기)이 4.9%에서 금년 5월 중에는 12.4%까지 급등했다.

이처럼 국가채무비율이 세계최고인 일본에서는 그러나 국가부도의 전조가 되는 어떠한 현상도 찾아볼 수 없다. 언뜻 보기에 모순처럼 보이는 이 현상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이 가능할까?

그것은 일본의 금융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국채를 매입할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일본인들은 저축을 많이 하기로 유명하다. 가계가 금융기관에 맡긴 자산의 가치는 1,155조엔(12조4,000억달러)에 이른다. 미국의 1년 GDP와 맞먹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일본 금융기관들은 이런 저축을 바탕으로 안정적 자산인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 풍부한 가계의 금융자산이 정부의 재정부족을 메우는 원천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국내에서 국채소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본정부는 구태여 외국금융기관에 손을 벌릴 이유가 없다. 통계를 보면 국채의 95%가 국내에서 소화되고 있으며 해외매수 비중은 5%에 불과하다. 그리스를 비롯한 대부분 나라의 재정위기는 외국 금융기관들이 국채의 상당부분을 보유한 상태에서 상환을 요구할 때 일어난다. 하지만 일본은 국내 소화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재정위기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아무래도 정부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보유 국채의 만기가 돌아오더라도 상환을 요구하기보다는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볼 때 일본의 재정위기가 가까운 시일 내에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다. 장기간의 불황에 따라 근로자의 임금이 정체되어 있고, 고령화도 계속 진전되고 있어 일본의 저축률은 하락하고 있다. 또한 의무적으로 국채를 인수해야 했던 우체국 등이 그런 의무에서 벗어나게 되어 반드시 국채를 소화할 필요가 없어졌다. 국채 소화의 버팀목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일본의 미래는 재정개혁에 달려있다. 일본정부가 국채의 국내소화에 더 이상 안주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재정건전성을 향한 조치들을 신뢰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일본정부가 지금과 같은 세입ㆍ세출 방식을 유지하는 한, 언젠가는 남유럽과 같은 상황에 처하지 말란 법도 없을 것이다.

권승혁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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