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1월 쌀 시장을 개방(관세화)하는 일정을 목표로 한다는 관련작업을 진행시키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4년 WTO(세계무역기구) 체제 하에서 2014년까지 쌀 시장 개방을 10년 더 유예하는 조건으로 매년 2만톤씩 의무수입물량(MMA)을 늘려왔는데 안팎의 여건이 이 방식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서다. 정부는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쌀을 개방하더라도 수입물량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완강히 반대하던 농민단체들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사전ㆍ사후 대책을 전제로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니 대내 설득과 득실 계산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올해 우리나라의 쌀 MMA는 2005년보다 10만톤 이상 증가한 32만7,000톤에 이르고 2014년에는 40만9,000톤에 이르게 된다.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UR)를 통해 10년간 유예 받은 쌀 시장 개방을 2004년 또다시 10년 유예 받는 조건으로 매년 2만톤씩 MMA를 늘리기로 한 결과다. 정부는 만성적 공급과잉 상태인 쌀 시장의 안정을 위해선 관세화를 통해 MMA를 올해 수준에서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후 쌀 시장은 개방되지만 일본 등의 예를 따라 높은 관세를 매기면 실제 수입물량은 연간 2만톤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정부의 셈법에 대해 농민단체들이 문제 삼는 것은 국제 쌀값의 불안이다. 가격이 지금처럼 높을 때는 정부의 계산이 맞겠지만 수급상황 변화로 가격이 급락하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도 수입물량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다. 사실 정부도 이 대목은 인정한다. 다만 쌀값 추이를 볼 때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고, 최악의 경우 그런 상황이 온다면 특단의 대책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어제까지 시장에서 20만톤의 쌀을 사들여 격리했으나 산지 쌀값 급락세가 멈추지 않자 20만톤 추가 격리계획을 검토하는 시점이다. 농민들의 불안과 불만을 달랠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이 선행되지 않으면 20년 가까이 끌어온 쌀 시장 개방 문제는 사회경제적 갈등만 키운 채 한층 복잡하게 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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