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업체들의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마케팅비 제한이라는 칼을 뽑아 들었다. 업체들의 연간 마케팅비를 제한해 과도한 휴대폰 보조금이나 초고속 인터넷 현금 마케팅을 막고 대신 투자 및 통신료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발상이다.
하지만 보조금이 줄어들면 휴대폰 가격이 오르기 마련. 결국 정부에서 추진하는 스마트폰 보급을 통한 무선인터넷 활성화에도 지장을 초래하는 등 만만찮은 부작용도 우려된다.
스마트폰 가격 오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3일 국내 통신업체들의 연간 마케팅비 사용 한도를 유ㆍ무선통신별로 각각 전년 매출 대비 22%로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방통위는 통신업계에서 연간 1조원의 마케팅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통신 3사의 매출 대비 마케팅비 비중은 SK텔레콤 26.9%, KT 33.5%, LG텔레콤 30.6% 등 평균 29.1%에 이른다.
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3월에 열린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위한 통신업계 간담회에서 KT, SK텔레콤, LG텔레콤 등 3사 사장들이 소모적인 마케팅비를 절감해 기술개발에 투자하기로 합의한 것에 따른 후속 조치"라며 "그러나 일부 사안에 대해 업체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업체에서 마케팅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손을 댈 가능성이 높은 부분은 휴대폰 보조금. 이용자들은 지금보다 비싼 값에 휴대폰을 살 수 밖에 없다. 특히 출고가 80만, 90만원대를 호가하는 스마트폰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통신업체들이 최신 휴대폰인 스마트폰을 많이 팔기 위해 50만, 60만원 상당의 보조금을 싣고 있으나 마케팅비가 줄어들면 자연 스마트폰 보조금도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방통위에서는 분기별로 통신업체들의 마케팅비 집행 실적을 공표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줄어든 마케팅 비용을 통신업체들이 연구개발이나 요금 인하 쪽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하지만 방통위가 이를 강제할 수단은 없다. 이에 대해 신 국장은 "만약 줄어든 마케팅 비용을 주주 배당 등 기업체 이익을 위해 사용한다면 요금 조정 등 행정지도를 하겠다"고 말했다.
행정지도에 따른 담합 소지 및 이중규제 우려
문제는 이 같은 방통위의 마케팅비 제한이 사실상 휴대폰 가격 인하를 막게 돼 행정 지도에 따른 담합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시장 안정, 경쟁촉진 등을 핑계로 행정지도에 의한 담합이 다양하게 나타난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2007년부터 행정지도에 의한 담합을 심사중이지만 줄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방통위는 이번 조치와 관련, 공정위에 공식적으로 의견을 구하는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김석호 공정위 카르텔 국장은 "전화로 의견을 나눈 적은 있으나 공식 절차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따라서 공정위는 방통위의 이번 조치에 대해 담합 여부 등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방통위의 이중 규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방통위는 이달 중 휴대폰 1대당 지급하는 보조금 액수를 25만~27만원으로 제한하는 보조금 상한제(본보 4월26일자 보도)를 별도로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통신업체들은 명백한 이중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업체들의 마케팅비가 휴대폰 보조금에 많이 쓰이는 만큼 마케팅비 규제에 이어 휴대폰 보조금 상한제까지 적용하면 사실상 이중규제"라며 "당장 스마트폰이 큰 타격을 받게 돼 무선 인터넷 활성화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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