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하나에 수 천 개 부품이 들어가고 한 개의 부품만 이상이 생겨도 기업의 운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이상 대기업은 중소 협력 업체의 품질 관리도 함께 해야 한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해외 생산 공장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해외의 품질 관리 고급 인력 확보, 현지 사정에 맞는 품질 관리 프로세스와 매뉴얼 확보에도 신경 써야 한다." (박재흥 이화여대 교수)
13일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이례적으로 품질을 주제로 연 '리스크 관리를 위한 안전ㆍ품질 정책 포럼' 및 지경부 장관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대ㆍ중소기업 품질 관리 관계자들 역시 시종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도요타 사태의 원인을 따져보고 품질 관리에서 세계 선두가 되기 위한 해답 찾기에 열을 올렸다.
우리 주요 기업 품질관리 책임자들은 도요타 사태 이후 품질 관리 전 과정에 이상이 있는지 샅샅이 따져봤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는 4,000개 가까운 협력 업체의 품질 관리 실태를 점검했다. 현대자동차는 2달 동안 국내는 물론 해외 모든 생산 현장의 품질 관리 상황을 살피고 다음달부터 1,500여개의 국내외 협력 업체를 일일이 찾아 다니며 안전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지명근 그룹장은 "도요타의 미국 텍사스 공장 근로자 중 70% 이상은 가장 낮은 단계의 실력을 지녔는데도 일본 본사 직원들과 같은 수준의 품질 유지를 요구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며 "2000년 이후 무리하게 해외 공장을 늘리면서도 현지 사정을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LG전자 유승국 상무는"처음 문제가 생겼을 때 도요타는 신속하고 투명한 조치를 하지 않아 화를 키웠다"며"지난해 드럼세탁기 안전사고 이후 리콜은 물론 전국의 유치원,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안전 교육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특히 중소협력업체의 품질 관리에 보다 좀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고 정부와 대기업들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대기업은 1차 협력업체에 1차 협력업체는 2, 3차 협력업체 잘못으로 돌린다"며 "우리가 만든 부품에 이상이 없어도 힘없는 협력업체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책임을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대표는 "대기업들이 생산 원가를 줄이라는 압박에 품질 관리는커녕 살아남기에도 벅찰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현실을 충분히 고려치 않은 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귀뚜라미홈시스 박명현 대표는 "가정용 보일러에 다는 가스 누출 방지 장치 때문에 소요 전력이 늘면 에너지 효율 1등급 기준인 3와트를 충족시키는 건 불가능하다"며 "품질, 안전 관련 기준은 기준 전력에서 제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넥센타이어 양창수 상무는 "타이어 품질은 원료인 천연고무의 수준이 좌우하는데 천연고무에 대한 품질 기준이 나라마다 제각각이라 해외 수출 때 진입 장벽이 된다"며 "국가 간 협정을 통해 품질에 대한 상호 인정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황주 한국표준협회 수석전문위원은 "내년 6월 제품기본안전법이 시행에 들어간다"며 "품질은 더 이상 고장과 수리의 문제가 아닌 예방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환 장관은"업계와 함께 산업 분야별로 품질안전에 대한 기준과 매뉴얼을 마련할 계획"이라며"중소기업 지원 자금을 활용해 중소기업들의 품질 관리에 대한 지원도 늘리겠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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