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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세계문학과 만나다] <5> 안드레이 쿠르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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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세계문학과 만나다] <5> 안드레이 쿠르코프

입력
2010.05.1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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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작가 안드레이 쿠르코프(49)는 1991년 데뷔 이래 15편의 소설을 발표했다. 러시아어로 쓰여진 그의 소설은 33개 언어로 번역됐고, 특히 (1996), (2008) 등은 프랑스 스위스 독일 등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001년엔 우크라이나 최고의 작가로 선정됐다.

쿠르코프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우크라이나에서 성장하면서 1991년 소련 해체의 격변을 직접 체험했다. 한국에도 번역된 장편 과 속편 (2002)을 통해 그는 독립 이후 우크라이나 사회의 변화상을 밀도 높게 형상화했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은 그것이 '살인 예고장'인 줄도 모르고 고위층 인사들의 예비 부고 기사를 쓰게 된 소설가 빅토르와, 우울증을 앓는 그의 애완동물 펭귄을 통해 구소련의 그늘을 완전히 벗지 못한 채 정치적 혼란에 직면한 우크라이나인들의 무력감을 표현한다.

쿠르코프는 가디언, 디벨트 등 유럽 유력 일간지에 정치논평과 에세이를 기고하는 저널리스트이면서 시나리오 작가, 영화 카메라맨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14일까지 열리는 '세계작가축제' 참석차 2008년에 이어 두 번째로 방한한 그를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_ 을 집필하게 된 시대적 배경이 궁금하다.

"소련이 해체된 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더 이상 국가에 의지할 수 없게 됐다. 외로움 속에 스스로 살아남을 방도를 찾아야 했다. 작품에 펭귄을 등장시킨 것도 그런 맥락이다. 집단 생활을 하는 동물인 펭귄이 인간 사회에 외따로 떨어졌으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소련 해체 당시 60세였던 내 부모님의 모습이 딱 그랬다."

_ 주인공 빅토르는 저도 모르게 국가안전 담당기구의 '사회 방역 소탕' 작전에 동원돼 비리를 저지른 고위급 인사들을 살해하는 일에 연루된다. 혹시 실제 사건을 모델로 한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나 자신이 국가의 감시 대상이었다. 구소련 시절부터 정부 비판적 내용을 담은 몇몇 초고를 도둑 맞았고, 2000년에는 반정부적 글을 써왔던 기자 게오르기 공가제가 살해된 사건에 대해 독일 신문과 인터뷰를 한 일로 살해 위협을 받고 2년 간 미행을 당했다. 이런 비밀 검열과 미행은 2004년 오렌지혁명(우크라이나의 민주혁명) 이후에야 사라졌다."

_ 권력의 음모에 무기력하게 휘둘리던 빅토르가 에서는 사라진 펭귄을 열심히 찾아다니며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빅토르의 모습은 독립 이후 한결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변화를 상징한다. 이전에 발표된 내 소설을 보면 등장인물들이 훨씬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내 작품 속 캐릭터 역시 나 자신의 변화를 무의식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_ 오늘날 러시아 문학은 19세기의 영광을 잃고 세계문학의 주변부로 밀려난 형세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당신의 작품이 널리 읽히는 이유는 뭘까.

"이야기의 보편성 때문 아닐까. 나는 특정한 독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놀랄 만한 소설을 쓰려고 애쓴다. 사실 구소련 시대 문학도 나쁘지 않았다. 걸출한 작가는 없었지만 공산주의, 집단주의에만 매몰되지도 않았다. 정작 러시아 문학이 퇴락한 시기는 소련 해체 이후 새로 등장한 작가들이 한동안 노골적으로 증오심을 표출한 작품으로 독자들을 불편하게 했던 때였다. 다행히 그런 상황은 지났지만 여전히 작가들이 국가의 눈치를 보며 스스로 작품을 검열하는 경향이 남아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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