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大賞 김재균 전주양지초 교장
요즘 교육계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교원들의 금품수수 등 교육비리 사건 후유증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사회의 시선도 따갑다. 교육현장을 중심으로 자정 노력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대다수 교원들은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
올해로 29회째를 맞는 한국교육자대상의 최고 영예인 대상을 수상하게 된 김재균(61) 전북 전주양지초등학교 교장도 마음이 무거워 보였다.
김 교장은 "젊은 교사 시절 몇 차례'주고 받는 정'으로 생각해 학부모들이 주는 촌지와 선물을 덥썩 받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촌지가 교육자로서의 소신을 꽁꽁 묶어버리는 '독약'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아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촌지를 건넨 학부모의 아이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그는 이후 단 한번도 촌지나 선물을 받지 않았다. 김 교장의 '촌지와의 전쟁'은 평교사를 거쳐 처음 교장이 된 2002년부터 본격화 했다. 부안동초교와 반월초교 교장을 거쳐 지금의 양지초교 교장을 지내면서 학교 슬로건을 아예 '촌지 없는 깨끗한 학교 만들기'로 정했다.
김 교장은 수시로 가정통신문을 보내 "교사 면담시 촌지는 물론 작은 선물도 가져오지 말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스승의 날 선물은 물론 학부모들이 소풍 운동회 등 행사 때 준비하는 교사들의 도시락도 일절 금지시켰다.
이런 그의 노력에 대다수 교사와 학부모들이 환영했으나, 타성에 젖은 일부 교사들은 못마땅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교장 자신이 명절이나 연말연시 등에 업자나 교사로부터 일절 선물을 받지 않는 솔선수범을 보인 게 주효했다. 그가 교장을 맡았던 학교에서 돈봉투는 완전히 사라졌다.
김 교장 가족이 함께 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아빠 지킴이단'을 만든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아빠 지킴이단'의 역할은 학교 인근 순찰활동이다. 엄마에 비해 평소 자녀들과 대화할 시간이 적은 아빠들을 교육현장에 참여시키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양지초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128명의 아빠들이 조를 짜 야간에 학교 주변의 유해환경 지역을 돌면서 계도활동을 하고 있다. 김 교장은 "순찰활동땐 보통 가족들이 함께 나오기 때문에 부족했던 대화를 하는 기회도 된다"고 말했다. 양지초교의 '아빠 지킴이단'은 1년 만에 학부모정책 우수사례로 꼽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수여하는 전국 우수 학부모동아리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8월 42년의 교직생활을 마감하는 김 교장은 "학교가 바로 서야 사회가 바로 서고 나라도 바로 선다"며 "학교가 청렴하고 가족이 교육에 참여하는 풍토가 확립돼야 비로서 공교육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안중, 원광고를 졸업한 김 교장은 68년 전주교대를 졸업하고 부안동진초교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전북지역 최초로 영재학급을 설치하기도 했다.
■ 심사경위 및 소감/ 후보들 모두 자격 충분 '행복한 고민'
교육발전을 위한 탁월한 공헌과 교육자로서의 행적이 귀감이 되는 훌륭한 스승을 발굴, 사회에 널리 알리고 일선 교육자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제정된 한국교육자대상이 올해로 29번째를 맞았습니다.
제29회 한국교육자대상 심사에 오른 유치원 및 초ㆍ중등 교원은 총 78명이었습니다. 16개 시ㆍ도교육청, 한국교총, 대한사립중ㆍ고교장회, 학교장과 교사 및 학부모, 한국일보사 등에서 추천했습니다.
심사위원회는 4월9일 1차 심사 회의를 갖고 후보자 전원의 공적서를 검토했습니다. 같은달 23일 2차 회의를 통해 심사위원별로 검토한 내용을 토대로 22명의 수상 후보자를 결정했습니다. 이어 수상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일보 기자들이 현지 실사를 한 뒤 6일 3차 회의에서 대상 및 스승의 상 수상자 20명을 최종 확정했습니다.
대상 후보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서 어느 한 사람도 탈락시킬 수 없을 만큼 모두가 평생 교육에 대한 헌신과 학생 사랑을 실천하는 훌륭한 공적을 갖고 있었습니다. 제한된 인원을 선정해야하는 탓에 심사 내내 많은 갈등과 고민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
우리 교육에 대한 사회적인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묵묵히 교단을 지키면서 바른 사도의 길을 걷고 있는 교직자들이 도처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게 올해 한국교육자대상 심사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교직자들이 이렇게 많이 있기에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는 여전히 밝고 희망적이라고 자부합니다.
심사위원
박부권 KT문화재단 이사장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
양시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직무대행
이시우 교육과학기술부 학교지원국장
이준희 한국일보 논설위원
■ 수상자 명단
<대상>대상>
김재균(61) 전북 전주 양지초교 교장
<스승의 상>스승의>
김점옥(61) 서울 창신초교 교장
임계화(63) 서울 미림여고 교장
권영자(70) 대구 효성유치원 원장
김종태(61) 대구 송일초교 교장
천필수(61) 대구 신서초교 교장
임양수(59) 인천 해송초교 교장
김용대(61) 대전 동아마이스터고 교장
최영철(53) 대전 혜광학교 교사
송대삼(45) 울산 태화초교 교사
강정근(42) 경기 홀트학교 교사
송정환(55) 경기 양영디지털고 교사
장경옥(45) 강원 춘천 남산초교 병설유치원 교사
강대식(61) 충북 충주농고 교장
황만준(54) 충남 연무고 교사
김용국(52) 전남 보성실업고 교사
최상하(74) 경북 포항 영일고 교장
강영철(53) 경남 창원 경일여고 연구부장
김윤경(61) 경남 진주 주약초등 교장
장영주(54) 제주 영평초등 교감
전주=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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